전설/설화

애꾸 아들의 부모봉양 설화

옛날에 아이를 12명이나 낳은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많지 먹을 것은 없지 하여 모시고 사는 노모는 맨날 먹을 것이 부족하여 누룽지나 감자, 고구마가 고작이었고 이러한 것들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으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노모는 항시 입에 오른 소리가 '내 죽기 전에 소고기 두 점만 먹고 죽으면 원이 없겠다. 정말 원이 없것다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말을 들은 아들은 능력이 모자라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 것이 항시 마음에 걸려 죄인처럼 지내오기를 수년째 아들은 드디어 큰마음을 먹고 그동안 조금씩 모아둔 돈 꾸러미를 가지고 고기를 사기 위해 읍내의 5일시장으로 나갔습니다. 오랜만에 장터에 나가니 이 마을 저 마을에 사는 친구와 아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여기저기서 '한 잔 하세 한 잔 하세하는 통에 대낮부터 상당한 공짜술을 얻어마시게 되었습니다.

벌써 거나하게 술이 취하게 되었지만 오늘 시장에 나온 목적이 어머니께 드릴 고기를 사러 왔기 때문에 그 양반은 정신을 가다듬고 푸줏간집으로 가서 살코기 한 근을 사서 잘 싸서 지팡이에 매달고는 강진 도암에 있는 초분거리(초분이 있는 곳) 또는 솔대거리 (솟대가 있는 곳)라고 불리는 고개를 넘어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넘어설 무렵에는 해가 떨어져 사방이 어둑어둑 하였습니다. 왠지 오싹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뒤에서 뭐가 달려들면서 지팡이에 매단 고기를 나꿔채어서 도망을 가는 겁니다. 순식간에 봉변을 당한 상황에서 그 양반은 저 놈 잡아라! 거기에 놓지 못하겠느냐소리소리 쳐댔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따름이었습니다. 얼핏 이상한 물체의 형국을 보니 상반신은 안 보이고 아랫도리가 매우 긴 사람이었습니다. 몇 년을 벼르고 별러서 사 온 고기를 졸지에 도깨비귀신에게 빼앗기고 낙심 천만하여 털레털레 집에 돌아와 보니, 자기가 낮에 샀던 고기를 싼 종이가 분명하고 그 옆에서는 노모가 그 고기를 날로 베어서 먹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또한 얼마나 고기가 먹고 싶었으면 요리를 할 틈도 없이 날로도 그렇게 맛있게 드시는 것일까?

아들은 자기 어머니께 무슨 영문인지를 물어보니 좀 전에 부스럭 소리가 나서 나와 보니 마루에 뭐가 올려져 있길래 뜯어보니 그렇게 먹고 싶던 고기여서 너무 반가워 먹게된 것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 남은 고기마저 다 먹고 나더니 느닷 없이 "아야! 내 희미하던 눈이 밝아져서 저기 저 참새골이 훤하게 보이는 구나하는 겁이었습니다. 아들은 고기를 직접 전달해드리지는 못하였어도 어머니께서 고기맛 보실 수 있게 되었고, 더구나 시력이 회복된 데에 있어서는 조그마한 위안을 삼을 수 있었지요.

모자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마루에 쌀가마니, 소고기, 돼지고기가 수북이 쌓여있었습니다. 아들은 별 이상한 일이 다 있다고 의아해 하며 필시 누가 집을 잘못 알고 가져온 것으로 생각하고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누가 혹시 저희 집에 쌀과 고기를 가져다 두지 않았느냐며 일일이 물어보았으나 전혀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한편, 이날 저녁 늙은 어머니가 잠을 자는데 꿈속에서 어떤 귀신이 나타나서 이 보시오! 나는 조금 전에 왔던 귀신인데 당신의 아들이 하도 효자여서 내가 오늘 저녁 당신 집에 넉넉한 재물을 가져다 줄 것이니 당신만 알고 절대 입 밖에는 내지 마시오귀뜸을 해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모른 체 시치미를 떼고는 그럴 때마다 아들에게 왠 물건이다냐고 물었습니다. 이후로도 쌀과 고기가 떨어질만 하면 도깨비귀신에 의해 지속적으로 전달되었답니다. 결국 지극한 아들의 효성에 감복되어 고기를 많이 먹고 싶다는 모친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고, 지난 장날 고갯마루에서의 고깃덩이를 빼앗기게 된 것도 단 몇 시간이라도 어머니께 고기맛을 빨리 보여드리기 위한 도깨비귀신의 조화(造化)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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