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

소금장수와 어머니 설화

옛날에 소금장수 아저씨가 있었는데 하루는 안골이라는 마을을 찾아가 이집 저집 다니며 소금을 팔다 날이 저물게 되어 어떤 집에 들어가서 하룻저녁만 묵을 수 없겠느냐고 하였습니다. 나이 지긋한 어머니와 아들이 살고 그 집에서 재워드리고는 싶으나 마땅한 방이 없어 곤란하다고 하니까, 소금장수는 사정을 하면서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안심하고 어머니 방에서라도 재워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집에서는 하는 수 없이 허락을 하였고 어머니와 소금장수가 한 방에서 자게 되었고 처음에는 무슨 일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였지만, 막상 나이가 든 사람들이지 만 남녀가 한 방에 있게되니까 서로 이상한 생각이 들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부스럭거리고만 있었습니다.

드디어 소금장수 영감이 용기를 내어 늙은 아주머니에게 참 보름달이 밝습니다. 근데 왜 그렇게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고 계십니까하니 그 아주머니는 아저씨도 안 주무셨어요. 오늘저녁은 공연히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잠이 잘 안 오네요하며 수십년만에 이렇게 마음이 들뜨기는 처음이라고 하면서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소곤소곤 나누었제.

두 사람이 어느새 마음이 동하였던지 소금장수 영감의 몸은 점점 아주머니가 있는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영감의 팔이 아주머니의 몸에 닿으니 아주머니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떼어 놓았는데 영감은 금새 팔을 다시 올렸고 아주머니는 못이기는 척 받아들였습니다. 점차 두 사람 사이가 가까워지다가 소금장수는 아주머니를 덥썩 껴안아버렸어요. 소금장수는 늙었지만 고운 자태의 아주머니에게 홀딱 반하였고 아주머니도 수십년 동안 잊고 살았던 남정네의 체취에 정분(情分)이 살아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두 사람은 밤새도록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고 만리장성을 쌓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밤을 보내고 나서 소금장수는 자신의 본업을 영위하기 위해 다른 마을을 향해 훌쩍 떠났는데, 이 늙은 아주머니는 모처럼 느꼈던 지난밤의 여운을 끝내 잊지 못하고 아쉬워하면서 아들을 불러서 그 소금장수는 어디로 갔느냐? 제발 좀 찾아서 같이 있도록 해달라'며 울부짖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간절한 소원을 들은 아들은 어머니를 모시고 소금장수를 찾아 집을 나서게 되었고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소금장수의 행방을 물었고 이웃마을에 도착하여서 여러 집을 다니며 행방을 수소문하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오래 전에 이 마을을 다 돌고 이미 다른 마을을 향해 길을 떠났다고 일러주자 모자는 황급히 이 마을을 빠져나와 옆 마을로 지나는 고갯길로 달려갔습니다. 고갯길 어딘가로 가고 있을 소금장수를 찾기 위해 아들은 어머니를 고개 길목에 앉혀놓고 혼자 이러저리 숲길을 뒤지면서 나아갔습니다. 한참을 헤맨 끝에 소금장수의 행색을 발견하고는 '아저씨 아저씨하면서 저만치 가고 있는 소금장수를 불러대어 걸음을 멈추게 하고는 이만저만 해서 저희 어머니가 꼭 한번만 뵈었으면 한다고 하면서 소금장수를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고갯길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그 어머니는 아들이 소금장수를 데려오는 얼마 안 되는 사이에 엎어져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기력이 쇠약한데다 날씨가 너무 무더워 이것을 이기지 못하고 까무라쳤기 때문으로 아들과 소금장수는 조금만 빨리 도착했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슬픔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두 사람은 비통해 하면서 어머님이 불쌍하게도 이곳에서 돌아가셨으니 어머님을 기리는 뜻에서 이 자리에 땅을 파서 무덤을 만들기로 하고 가까운 마을로 가서 삽과 괭이를 가져 다가 곱게 안장을 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아들이 어찌나 소자(효자:孝子)여서 하늘이 감동하였는지 무덤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는데 중간쯤 파내려 가니까 누런 금덩이가 수북히 들어 있었습니다. 아들은 슬픈 가운데서도 이렇게나 많은 금붙이가 나오자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했으나, 살아 계실 때 이것이 나왔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잘 모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설움이 복받쳐 올랐습니다. 옆의 소금장수는 '아드님의 심덕이 하도 좋아서 어머님이 마지막 가시면서 주신 선물인갑다고 너무 상심하지 말고 이것으로 밑천삼아 전답도 장만하고 좋은 처자 만나서 살림차리고 열심히 사는 것이 어머니를 받드는 길'이라며 금덩이를 돌아가신 양반 아들의 살림에 보태쓰라고 하였어. 하지만 아들은 어머니께서 아저씨를 찾으려다가 이렇게 횡재를 한 것이고 더구나 우리 어머니를 장사지내는데 아저씨께서 힘을 보태주셨는데 그 공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하며 금덩이의 절반을 뚝 떼어서 소금장수에게 주었어요. 심덕이 좋은 아들은 효성 덕분에 그리고 소금장수는 운이 좋은 탓에 생각지도 않은 귀중한 재물을 얻어 되어 잘 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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