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

'조기장사 보내라'라는 말의 유래

옛날 어느 고을에 노부부가 살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오랫동안 자식이 없다가 40대 후반에 접어들어서야 겨우 아들 만득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본 아들이라 금이야 옥이야 길러내어 너 댓 살이 되니깐 재롱을 부리는데 얼마나 귀엽고 이쁘겠습니까. 아들이 재롱떠는 것을 한번이라도 더 보려고 하며 영감이 아들에게 너희 어머니 한번 때려라.” 하니깐, 또 할멈은 너희 아버지 한번 때려라.” 하고 다시 시키면서 아들이 번갈아 가면서 어메 아베를 장난삼아 때리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아들은 때리는 것이 습관화 되면서 걸핏하면 부모를 때리게 되었고 스무 살이 넘어서까지도 부모를 쳤는데 그것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것이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부모들은 늙어 힘이 부치는 형편이나 아들은 한창 청년이라 힘이 강성하다 보니 이렇게 계속 되다가는 아마도 아들한테 맞아죽을 것만 같아서 아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집밖으로 내보내야 할 것 같아 노부부는 아들에게 장사를 시키기로 했었습니다.

여기서 얼마 안가면 영광 법성포가 나오니깐 거기 가서 조기를 도방으로 떼어다가 마을 곳곳을 지고 다니며 파는 조기행상을 하도록 하고는, 지금까지 모아둔 돈과 이웃에서 빌린 돈을 합하여 20냥을 주며 너도 이제 스물이니 네 앞길은 네가 열어나가야 한다.”며 장사를 떠나도록 하였는데. 만득이는 조기 상자를 등에 걸쳐 메고 조기 사시오. 조기 사시오.”를 외쳐대며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녔습니다.

이렇게 생조기를 메고 팔러 다니는데 만득이가 사람이 될라고 그랬는지 좋은 청년 한사람을 만났어. 한 마을입구에 들어서니 건장한 청년이 여보시오. 조기 있소.”하고 부르더니 조기 중에서 굵은 놈으로 다섯 마리를 샀습니다. 만득이는 조기는 팔러 다녀도 어떻게 요리하는지는 잘 모르는 형편이라 그 청년이 어떻게 하는가 보려고 한번 뒤따라 가봤습니다. 늙은 양친을 모시는 그 청년은 조기를 사들고 부엌에 와서는 쌀을 씻어 밥을 하고 조깃국을 끓여 부모님께 차려드리고는 부모님이 식사를 끝마칠 때까지 밥상 앞에 엎드려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맨 날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지 못한 만득이는 그제서야 사람이 사는 것이 이런건가 보다 깨닫게 되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 만득이는 나머지 조기를 떨이하라고 하는 요청도 뿌리치고 팔다 남은 조기를 그대로 담아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고기까지 남기고 예상보다 빨리 집에 돌아온 아들을 본 부모는 반가움보다는 또 아들의 행패를 어떻게 견딜 것인가가 걱정이었습니다. 부모들은 속으로 벌벌 떨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였는데,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다짜고짜 행장을 풀더니 팔을 걷어 부치고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쌀을 씻고 조깃국을 끓였습니다.

이윽고 밥상을 성대하게 차려서 안방에 들고가서는 부모님께 드리고 진지를 드시는 동안 엎드려 있는 것입니다. 평소에 행하지 않던 이상한 행동을 보이자 더욱 불안해진 노부부는 이제 요놈이 잘 먹여가지고 우리들을 저 세상으로 내보내버릴 모양이다.’고 생각하니 당체 목이 메어 밥이 통 넘어가질 않았습니다.

그럭저럭 밥숟가락을 떼고 나니 아들 만득이가 어머님 아버님 진지 맛있게 드셨습니까? 저도 이제는 새사람이 되어 효자노릇 한번 해보겠습니다.”하며 자기의 지금까지의 경험담을 쭉 말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몹쓸 짓만 하던 자식이 천하에 없는 효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든다, 효자를 만든다는 뜻으로 조기장사를 보내라.’라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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