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

복받은 동생 설화

옛날에 어떤 마음에 아들 둘을 가진 집이 있었는데, 이 집은 묘하게도 작은아들이 부모를 부양했습니다. 전부터 큰 아들이 부모를 모시는 것이 법도였지만, 이 집은 그러지를 못하였습니다. 큰 아들이 마음이 못돼먹어 자기 부모들이 밥 먹는 것까지 아까워 안 모시려고 하였지요. 처음에는 모시려고 하여 부모재산은 몽땅 독차지하고는 막판에는 동생한테 떠넘겨 버렸지요. 천성이 착하고 모질지 못한 동생은 형에게 한마디 항의조차도 못한 채 졸지에 부모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동생은 부모 모시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자기 내외 먹을 것도 없는 판국에 부모님께 드실 것을 넉넉히 드리지 못한 것이 항상 죄송스러워했습니다.

동생은 적은 땅의 농사를 부쳐 먹으며 농한기에는 산에 가서 나무를 해다가 자기 집 땔감을 하고 남는 것은 팔아서 가용에 충당하였습니다. 어느 해 겨울날 음력설 대명절을 앞두고 산에 나무하러 가서 돈이 들어갈 곳은 많아도 돈 나올 구멍은 없고 해서 울적하고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고자 큰소리로 “대명절은 닥쳐오는데 내 부모를 어찌 해야 할까.” 하고 외쳤보았던 겁니다. 그런데 맞은편에서 남생이가 나타나 “대명절은 닥쳐오는데 내 부모를 어찌 해야 할까.”를 따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동생은 사람 말을 따라 하는 영물인 남생이를 잡아다가 시장에다 팔아서 큰돈을 벌 수 있었고 명절도 무사히 쇨 수가 있었지요.

동생이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형이라는 놈은 동생을 찾아와서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를 꼬치꼬치 캐물었습니다. 자기도 다음날 지게를 메고 산으로 가서 “내 부모를 모시려는데 돈이 없구나.” 외치니 남생이가 “내 부모를 모시려는데 돈이 없구나.” 따라 하였지요. 형도 그 남생이를 잡아다가 시장에 팔러 갔는데 사려는 사람이 어디 진짜 소리를 잘하는가? 한번 보자며 ‘나는 남-생이다.’, ‘나는 남-생이다.’ 이렇게 몇 번을 외쳐도 남생이는 꿀먹은 벙어리였습니다. 그러자 손님은 ‘벙어리 남생이구만’하며 안 사고 떠나버리자, 화가 잔뜩 난 형은 남생이를 그 자리에서 막대기로 때려서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형은 동생에게 찾아와 “네 이놈. 너 거짓말 한 것 아니야? 세상에 남생이라고 말 한자리를 못해서 시장바닥에 내팽개쳐 죽이고 와버렸다.”고 쏘아붙이고 돌아갔습니다. 동생은 가엾게 죽은 남생이를 주워다가 자기 집 부엌 뒤에 고이 묻어주었더니, 거기에서 굵은 죽순이 올라와 왕대가 되면서 대나무 가지가지에 금은보화가 수없이 매달려 부자가 되었습니다. 

또 이 소식을 들은 형은 동생을 찾아와 나도 부자로 좀 살아보자고 졸라대니, 부엌 뒤의 남생이 유해를 파다가 형님 집 뒤뜰에 묻으면 돈다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남생이 유해를 묻은 형은 죽순이 돋아 대나무로 자라나면 나도 큰 부자가 될 거라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으나, 가느다란 죽순이 돋다가 갑자기 말라서 죽으면서 뱀과 구렁이가 구덩이에서 쏟아져 나와 온 집안에 가득 차고 놀란 형은 허겁지겁 집 밖으로 달아나려다가 날쌔게 뒤쫓아 온 독사에 물려 죽고 말았습니다. 결국, 착한 맘을 가지면 복을 받고 나쁜 맘을 가지면 벌을 받는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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