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

말바우 전설

지금은 없어졌지만 광주서방에서 담양방면으로 나가는 간선도로변에 말바우라는 잠그마한 바위가 있었습니다. 그 바위가 말하자면 말바위였는데, 말바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 일대를 말바위라고 부르며 한 20여 년 전부터 생겨난 이곳의 재래시장도 말바우시장이라고 불려지고 있지요. 옛날 임진왜란 때에 만고충신(萬古忠臣)이라고 떠받들어지는 김덕령이 아주 젊은 나이일 때 장차 큰일을 하기 위해 무술을 연마할 때의 일입니다.

김덕령이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천마라고 할 수 있는 용마(龍馬)를 타고 다니며 무등산일대에서 매일같이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였지요. 이 말의 걸음이 얼마나 빠르든지 나는 화살에는 약간 미치지 못하였지만 거의 버금갈 정도였으니까요.

덕령은 이 용마를 너댓 해 동안 훈련을 시켜 가직 화살과 같은 속도로 만들고 종국에 가서는 화살보다 빠르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어떤 일에 도통하려면 10년 공부라고 했는데 속성과로 5년 만에 거의 생각했던 수준에 올라온 거지요. 그래가지고 5년째 되는 해의 봄에 드디어 날짜를 잡게 되었습니다. 덕령은 시험을 하기 전에 미리 말을 몰고 다니면서 출발할 곳과 도착할 곳을 말에게 일러주고는 이렇게 다짐을 하는 겁니다.

! 용마야. 오늘 너는 나는 화살과 너의 달음질을 겨루게 되었다. 만일 네가 이기면 너는 나의 애마(愛馬)로 인정받아 평생을 나와 함께 할 것이고 만일 그렇지 못하면 너의 목을 내려치고 말 것이다.”

용마는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여 자신은 있었지만 워낙 아슬아슬한 시합인데다 조그마한 돌부리에라도 걸리기라도 한다면 그 순간이 끝장인 것이지요. 그렇게 주인에게 충성을 다했는데도 가혹한 시험이 다가오니 용마는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겁니다. 드디어 결전이 시간이 다가오니, 덕령은 말 위에서 화살을 꺼내어 활시위에 끼우고는 내가 화살을 발사하면 동시에 출발하도록 명령을 하였습니다.

화살이 공기를 가르며나가자 용마도 쏜살같이 달려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발이 거의 땅에 닫지 않고 붕 날으듯이 하여 순식간에 도착하였는데, 말 위에서 덕령이 이리저리 두리번거려도 도무지 화살의 기척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덕령은 말 위에서 분명히 용마가 더 빨리 왔을 텐데, 하나부터 열까지 셀 동안에도 화살이 안나타나면 화실이 이미 도착한 것이겠지. 하나- 두울- ------. 그렇다치면 화살은 이미 숲더미에 박혔을 거야. 에이! 미련한 용마라고 너는 이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큰소리를 내면서 장검을 하늘높이 쳐들어 눈물이 그렁그렁한 용마의 목을 힘껏 내려치니 목이 댕강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 그제서야 날아온 화살이 머리에 턱 꽂히는 것이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당한 덕령은 그 충직하고 날랜 용마를 잃어버린 슬픔에 땅을 치고 통곡하였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요. 용마를 잃은 덕령은 그 후로 그렇게 좋은 말은 구할 수 없었고 전쟁을 당해서도 장수였지만 평범한 말을 타고 다니면서 싸움터에 나가게 되니 자연히 많은 전공은 세우기가 어려워지고 그러다보니 따르는 군사가 적어지고 시기모함하는 사람이 많아져 충절(忠節)의 마음은 강하였지만 원대한 뜻을 제대로 한번 펴보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죽은 것이었습니다.

말바위는 김덕령장군이 말을 시험할 때 말이 도착한 장소로 말이 힘껏 바위 위로 발굽을 내디어서 바위가 발굽모양으로 움푹 패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도로를 확장하고 도시개발로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말바위가 있던 그 자그마한 바위산을 허물어버려 지금은 아쉽게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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