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

호랑이에게 물렸가다 온 처녀

한 옛날 어느 마을에서 동네 굿을 크게 하였는데, 멀찍한 산에서 이 굿을 지켜보고 있던 호랭이(호랑이)가 마을로 어슬렁어슬렁 내려오고 있었어요. 동네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더욱 신나게 굿을 치고 있는 자리에 호랭이가 갑자기 나타나자 모두 혼비백산하여 아수라장이 되었어. 호랭이는 잽싸게 처녀 하나를 등에 업고 산으로 달아나기 시작하였고 갑자기 호랭이에게 물려 업혀가는 처녀는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에 달했지요. 한참을 내달린 호랭이는 "날이 새기 전에 굴에 들어 가야 하는데 무거워서 힘이들구나. 어디 노래나 한번 불러봐라" 하고 처녀한테 노래를 시켰는가 봅디다. 처녀는 몸서리치게 무서우면서도 살고 싶은 마음에 시키는 대로 노래를 불렀어요.

"어매, 어매, 우리 어매 어쩌자고 나를 낳아서 짐승 등에 업혀가게 했소----" 어쩌고 하면서 노래를 하니까, 호랭이는 "그 노랫소리는 영이 듣기 싫구먼. 다른 노래가 있으면 불러봐라" 고 또 주문을 하였어요. 그래서 처녀는 또 "넓적, 넓적 등거리(등허리)에 업혀서 가니 나는 좋네" 하고 부르니, 호랭이가 "이번 노래는 아까 보다는 듣기가 좋구먼" 하는 거야.

그 사이 호량이굴에 도착하여 호랭이는 처녀를 땅에다 내려놓고는 굴로 데리고 들어갔어요. 한참 후에 동네 사람들이 포수랑 함께 호랭이굴 주위에 모여서 처녀를 구할 방법을 의논하는 거여요.

그 때 굴속에서는 처녀가 빠져나갈 궁리를 하면서 호랭이에게 "나 몹시 배가 고프니 밥 좀 먹읍시다"고 하였고, 호랭이는 전에 잡아둔 사람 고기를 주면서 먹으라고 하니까 "사람인 내가 어떻게 이런 것을 먹어요.다른 먹을 것은 없어요"

하면서, 혹시나 호랭이가 밖으로 나가 음식을 구해왔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제.

하나 호랭이는 밖으로는 나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옆에 있던 과일을 주면서 먹으라고 하여 처녀는 할 수 없이 과일을 받아먹었지. 그렇게 한 사흘이 지나갔다 이 말이여. 호랭이는 처녀는 감시하기 위해서 사흘 밤낮을 한 숨도 자지 않고 지새우다 보니, 사흘이 지나고 나흘째는 어떻게 주체할 수 없는 잠이 쏟아지는 겁니다. 꾸벅꾸벅 졸고있는 호랭이한테서 몰래 빠져 나오려고 처녀는 살금살금 기어서 호랭이 옆을 지났는데 무슨 기척을 느꼈는지 호랭이가 번쩍하고 눈을 뜨는 거야.

호랭이는 처녀에게 "도망갈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어. 내가 졸고 있다고 해서 도망가는 것도 모를 정도는 아닐 테니까" 하고 단단히 일러놓았어. 처녀는 할 수 없이 제자리로 돌아와서 또 졸기 시작하는 호랭이를 보고 나서 '굴 밖에는 틀림없이 사람들이 나를 구하기 위해 와 있을 것이여.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줘야지' 하고 밖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으로 "안다. 안다"하고 신호를 보냈던 갑디다.그 소리를 듣고는 호랭이가 깜짝 놀라 눈을 뜨고 "무슨 소리냐" 하고 물었어. 처녀는 " 그냥 심심해서 한번 소리쳐 본 것이여" 하고 말하고는 처녀가 호랭이에게 "우리 아부지(아버지)는 잠이 오면 잘대 붕알 자지를 물고 잤지" 하는 거야.

그러니까 호랭이도 "그래, 그럼 나도 한번 해 봐야지" 하면서 지(자기) 것을 이빨로 꼭 물고는 잠이 들었어. 처녀는 속으로는 무서우면서도 호랭이가 화가 나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서 이리저리 빠져나갈 궁리를 하였제.

그래서 호랭이가 안심할 수 있도로고 있지도 않는 아버지 이야기까지 하면서 살아나갈 방법을 생각하였고,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굴에 들어온지 닷새 째가 되었어요. 호랭이는 더 이상 잠을 주체할 수가 없고 또 어느 정도 안심도 디고 하여 어리석게도 마음놓고 어제 처녀가 가르쳐 준 것 같이 그대로 하고 잠에 깊이 빠져든거야.

처녀는 얼마간 기다린 후에 호랭이가 정신없이 깊은 잠에 취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기회는 이때다 하고 밖으로 뛰쳐나갔어. 처녀가 굴 밖으로 나오자 동네 사람들과 포수들은 호랭이가 뒤쫓아 나올 줄 알고 총을 쏘아대기 시작하였지만 이상하게도 호랭이가 나오지를 않는 겁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굴속으로 들어가 보았어. 그런데 호랭이가 몸을 비틀고 죽어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무신(무슨)일인가 하고 죽은 호랭이를 조심스럽게 살펴보니 호랭이 목에 지붕알 자지가 걸려서 숨이 막혀 죽어있었습니다. 잠을 자고 있던 호랭이가 갑자기 총소리가 나자 깜짝 놀라 일어나면서 이빨로 물고 있던 그것을 너무 세게 깨물자 그게 그만 뚝 떨어져 나와서 목구명을 막아 버린 것이제. 그러니께 호랭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 나올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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