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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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루의 새끼사랑
    옛날 화순군 동북면에 아들 형제가 살고 있었는디, 그 아들들은 짐승을 잡아서 파는 포수들이었습니다. 형제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어머니한테는 누구랄것도 없이 효성을 다하고 자기들끼리는 우애도 좋았어요. 이것을 지켜보는 어머니는 늘 뿌듯한 마음으로 행복한 나날을 비내다가, 어느 날 어머니는 속으로 이제 아들들도 다 장성했으니 지 짝들을 찾아 맺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어요.다음날 아침 아들 형제는 그 날도 조반을 맛있게 먹고 어머니에게 며칠이 걸리지 모르는 사냥을 가면서 그 동안에 몸 건강히 계셔야 한다면서 몇 번씩이나 어머니 손을 만져보고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면서 자기들이 없을 때 혹시나 어머니에게 불펼한 일이 생기지 않게 꼼꼼히 살펴보고는 나란히 사냥질(길)을 떠났어요. 며칠을 걸려 산에 도착하여 형제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산중 깊은 곳으로 들어갔어요.둘이는 열심히 주위를 살피면서 짐승들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고 긴장을 하면서 산을 올라가고 있었는데, 한참을 쉬지도 않고 올라가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시장기도 돌아서 둘이는 앚을 만한 곳을 찾아서 요기도하고 다리도 쉬면서 산경치를 둘러보는 겁니다. 형제는 사냥할 때마다 오는 산인데도 올 때마다 산 경치가 달라 보인다고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동생이 기지개를 켜면서 산 위를 쳐다보는데 산꼭대기에서 무엇인가가 짚신짝 같은 것을 뒤집어 머리에 이고서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하고 있는 겁니다.동생으 ㄴ그 모습이 괴상하여 "성(형)! 저기 산꼭대기 좀 보슈. 무엇이 저렇게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요" 하니, 형도 동생이 가르키는 곳을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정말 이상한 것이 있었습니다. 형도 "정말 저것이 무엇이다냐" 하면서 일어나서는 자세히 그것을 쳐다보려고 하였다. 그리고 형은 "아마 무신 짐승 새끼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갑다. 총으로 쏘아서 그 짐승을 잡아 버리자" 며 총을 그쪽으로 겨냥하였다.동생도 형을 따라 총을 집엇 그쪽을 향해 총을 쏘았어요. 명사수인 형제들이 총을 쏘니까 그 이상한 것은 단번에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형제들은 서둘러 그곳으로 올라가 그 이상한 것이 무엇인가 찾아보았더니, 그 자리에 노루가 새끼 두 마리를 머리에 이고 죽어있드랍니다. 노루가 새끼를 머리에 이고서 사람들한테 절을 한 것인데, 포수가 사냥하러 온 것을 미리서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었제.그런데 그 형제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노루를 잡았다고 좋아라 하면서 집으로 가지고 돌아와서 잡아온 노르를 시장에 내다 팔아서 먹을 것이며 좋은 물건과 옷들을 사 가지고 즈그(자기) 어머니하고 잔치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몇 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아들 형제가 아무 연유(緣由)도 없이 자리에 드러눕게 되더랍니다. 그러고는 한 달도 안돼서 형제가 모두 죽고 말았지요.포수의 어머니는 "마른 하늘에 날 벼락도 유분수지. 이 무신(무슨) 천지가 개벽할 노릇이냐" 면서 대성통곡(大聲痛哭)을 해대었고, 그 후 어머니도 홧병으로 얼마 살지를 못하고 세상을 뜨고 말았어요. 그러닝께 짐승이 새끼를 품고 있을 때는 죽이지 않는 벱(법)이여. 그러니께 온 집안이 폭삭 망했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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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판관 원님의 아들
    우리나라 조선시대말기에는 어치케나(어떻게나) 관리들의 수탈이 심하고 해마다 숭년(흉년)이 자주 들어 백성들이 묵고(먹고) 살기가 팍팍했다고 해요. 그래서 함경도 평안도 사람은 물론이고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이렇게 아랫녘 사람들까지도 고향을 등지고 땅덩이가 엄청나게 넓어 열심히 노력만 하면 마음 편허게 살 수 있다는 만주땅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이주행렬은 조선시대에서 일정시대까지 이어지지 않았어요. 전라도에서 살던 어떤 농부도 하도 부쳐먹을 땅이 없고 사릭가 팍팍혀서 이렇게 사느니 보다 차라리 만주로 가서 열심히 일을 하여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겠다는 의욕으로 살림살이를 매둥그려서(포장해서 싸서) 생활비로 쓸 돈도 챙기고 하여 이주하려고 길을 떠났답니다.자신은 짐을 지게에 지고 처는 머리에 이고 몇날며칠을 걸어서 압록강인근의 의주라는 고을에 도착하여 춥고 허기에 지친 몸을 쉬기 위해 어떤 부잣집에 들었는데, 그 집이 마침 고을을 면임(面任)인가 면장인가를 하는 집이었는 갑디다. 그 집에서 따뜻한 방안에서 몸을 녹이고 허기를 달래라며 수북하게 밥을 차려다주어 맛있게 먹으면서 바깥주인양반이 추운 날씨에 일가족이 무슨 이사행장이냐고 하길래 이만저만해서 만주로 들어가서 살려고 한다고 이야기를 했어요.그 말을 들은 바깥주인 "그도 그럴만 합니다. 하지만 땅도 설고 물도 설은 타관땅에서 사는 것보담 내 집에서 우리집 일을 돌보아 주며서 살면 몇 년 안 가서 상당한 재물을 모아 다시 고향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도. 내가 당신이 일한 것은 1년 단위로 새경을 쳐서주고 당신부인의 일삯도 톡톡히 쳐서 드릴 것이도. 그리고 혹시 당신의 수중에 돈을 가진 것 있으면 저에게 맡기시오. 차용증을 다 써주고만 있으면 이식(利殖) 한푼이나 붙것소?" 하는 겁니다.그 순박한 그 농부는 듣고 보니 숙식을 해결해 주겠다 돈도 안전하게 키워주겠다하니까, 굳이 타관땅(만주)을 가지 않아도 살림기반을 쉽게 잡을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약조하고 종이에 차용증서까지 작성하고 손도장까지 찍었다 이거지요. 거처를 마련한 부부는 주인 면장댁의 일을 내집 일처럼 열심히 거들었어요. 이십 마지기가 넘는 논과 밭을 풀 한포기 없이 경작하고 땔감준비 등 집안일도 각단지게(말쑥하고 짜임새 있게) 해나갔습니다. 이렇게 하여 일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주인은 새경의 '새'자도 입 밖으로 내려고를 하지 않는 거여요.이제일까 저제일까 기다리고 기다리다 한 달이 경과하자 머슴을 사는 남자가 "주인어른! 일년마다 주기로 약조한 머슴새경인 벼 열 섬은 언제 주시겠습니까? 무슨 이야기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하니, 주인은 시큰둥한 어조로 " 아. 그거요. 내가 깜박 말을 미쳐 못했소. 당신의 새경은 당신이 여기올 때 맡긴돈 있지 않아요. 그 돈에다 합쳐서 이미 정월초하루부터 이자가 크고 있소. 그러니 걱정일랑은 붙들어 매어도 좋겠소. 새경은 염려말고 일이나 열심히 해 주시오" 잘라 말하는 거야.조금은 이상한 듯도 싶었으니 이자가 확실히 크고 있다고 하니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고 또 일년동안 일을 하였는데, 주인은 이때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물어보니 그때서야 저번에 하였던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여. 설마 관직에 있는 분이 거짓으로 남을 속인다는 생각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제. 그리고 또 일년 농사일을 하게 되어 삼 년을 채울 계획을 세웠는데 삼년간 새경에다 처음 올 때 맡긴돈과 이자를 합하면 고향에 돌아것 논 예닐곱 마지기는 족히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지요. 힘들었지만 희망을 가지고 남의집살이를 하며 가을에 접어들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어요.아무렇지도 않는 머슴살이하는 양반 부인의 아랫배가 약간 불러오는 듯 하며 심상치 않음을 발견하였어. 머슴이 어떤 확실한 사실증거를 잡은 것은 아니었으나, 내용적으로는 이미 주인(면장)과 머슴의 아내가 몰래 정을 통해왔던 것이지. 왜냐하면 면장부부에게는 자식이 없었고 머슴의 아내가 자신의 부인보다 훨씬 젊고 얼굴이 곱고 해서 정분(精分)이 났던 것이지. 머슴은 자기 부인의 미심쩍은 행동을 의심하며 꼬치꼬치 캐내려 하자 펄펄 뛰면서 아니라고는 하였으나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였어.머슴이 이러한 상황을 눈치챈 것을 안 주인은 본격적으로 머슴을 쫓아낼 계략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하였어요. 그런데 머슴은 글씨를 모르는 까막눈이었는 갑디다. 처음에 들어와서 돈을 맡기는 날 차용증을 작성할 때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찔러줘야 하는디, 글씨를 몰라서 주인이 그 양반의 이름을 대신 써주고 손도장만 찍은 것이여. 면장이 이 사람은 글씨를 모르는 사람인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글씨를 모른다는 것을 악용하여 원래차용증은 놔두고 새로 차용증을 몰래 작성하였는데, 여기에는 반대로 면장이 이 사람들을 먹여주고 입혀주고 하는 댓가로 이 백 냥정도 되는 돈을 주인에게 주겠다는 말로 바꾸었다 이 말이여. 생경도 이자를 쳐서 주겠다고 한 말이 모두 거짓뿌렁이었어.더 이상 지체하면 안되겠다 싶어 면장인 주인은 머슴을 불러서는 "여보시오. 그동안 내 집에서 일해주느라 고생은 하셨소. 그러나 나도 그동안 당신내외를 먹여주고 재웢고 할 만큼 했습니다. 이제 우리 집 형편도 어려워지고 어 이상 같이 있기 힘들어거 그러니 열흘 이내로 모른 것을 정리하고 떠나주시오. 지난번에 맡긴 돈은 숙식비로 공제할 테니 받아갈 생각은 마시오. 숙식비가 모자라 새경도 한푼도 줄 수 가 없으니 그리 아시오" 하며 퇴거명령까지 내렸어요.이 무식장이 머슴은 날벼락같은 얘기를 들었어도 풍채좋은 주인양반의 기세에 눌려 말 한마디 제대로 따지지 못하고 물러 나와 낙심천만하면서, 이제 돈 뺏기고 마느래 뺏기고 내가 더 이상 살아서 뭣 허것냐 싶어 인자 압록강까지 가서 나하나 풍덩 빠져죽으면 그만이지 나같이 못난 놈은 이 세상에 살 가치도 없어 하며 강물에 빠져 죽을라고 작심을 혔어요.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막상 물에 뛰어들라고 앉아 있는데, 마침 열대여섯 살이나 먹어 보이는 청년하나가 지나가다가 왠 신발을 벗은 남자를 보고는 자살하러 온 것임을 직감하고 얼른 다가가서 자초지종을 물은거야. 그 남자의 이야기를 들을 청년은 이건 너무 억울한 일이거든. 부친이 고을 원님인 청년은 아버지께 이 사실을 고하고는 자신이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만한 방안을 가지고 있다며 부친께 원님의 복장만 좀 빌려주시도록 부탁하였어.며칠 후 아들이 원님의 보강을 하고는 물통골 최아무개 면장이 머슴에게 못할일을 자행했다며 시비곡직을 가리기 위해 면장과 머슴을 불러오도록 하였어요. 가짜 원님은 이들을 대면을 시키면서 죄를 추궁하니 면장이 그 종이를 내미는 것이었어요. (여기서부터 나오는 원님은 참말로 원님이 아니라 다 가짜원님 즉 원님의 아들을 말하는 것입니다.)과연 그 계약서를 보니 법적으로는 면장에게 무슨 잘못을 발견할 수 없었지만, 원님은 억울해하는 머슴살이 양반의 태도로 보아 여기에는 필시 무슨 간계나 속임수같은 것이 있으리라는 심증이 들게 되었답니다. 머슴은 저 주인이 제 마누라와 간통까지 벌렸으니 그만한 벌을 내려주고 새경은 그만두고라도 맡긴 돈만이라도 찾게 해달라고 울고불고 매달렸지. 원님은 '도둑은 앞으로 잡아야지 뒤로 잡을 수는 없다'는 말처럼 죄인의 죄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고 특별한 증거가 없으니 이렇다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이었어요. 며칠동안을 궁리하던 원님은 한사람이 들어갈 만한 궤짝을 준비하도록하고 송사의 관련자들인 머슴부부와 주인인 면장 세 사람을 관가로 불러들여 칸막이가 제대로 되어 서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알 수 없는 독방에 나누어 가두었다 이겁니다.각기 개인별로 문초를 시행하고는 원님은 실제로는 면장에게만 궤짝을 짊어지고 일정한 구역을 돌아오게 하는 벌칙ㅇ르 주려하였음에도 세 사람 다 똑같은 벌칙을 준다고 거짓으로 일러놓았어요. 한 사람만 벌칙을 준다고 생각하면 사람차별 한다고 따지려들 것 아니 것어요. 원님은 면장을 불러내서 네가 제일 먼저 벌칙을 시행해야 것다며 사실은 머슴살이하는 양반을 궤짝 안에 들여넣어 놓고는 이 궤짝 안에는 머슴의 아내가 들어 있다고 거짓을 일러 준거야.면장은 지게에 궤짝을 지고는 오리 남짓되는 길을 끙끙대며 돌아오는데, 그 중간에 궤안에 자기가 정을 통한 여인이 있는 것으로 믿고는 대뜸 "이보시오! 궤 안에서 답답하고 힘들지. 내가 이번 고비만 잘 넘기면 무식쟁이 그놈을 내쫓아버리고 우리는 마음놓고 행복하게 살게 될거요. 조금만 참고 견뎌봅시다. 지금 내말 듣는거요. 왜 대답이 없어요" 하는 거였어. 아무 대답이 없자 " 하기는 말대꾸할 힘이나 있겠소. 조금만 참읍시다" 하며, 정해 준 길을 한바퀴 돌고 관아 앞마당에 도착하였어요.원님은 힘들게 도느라 고생은 했다며 잠시 거기 서 있도록 하고는 나졸들을 불러 "이 궤짝 문을 따서 열도록 하여라" 명하였어요. 그런데 이게 웬 일 입니까? 궤짝안에서 그 머슴이 나오는 것을 보는 순간 면장은 얼굴빛이 사색이 되며 어찌할 줄을 모르는 것이었어. 면장은 아차 나의 실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돌아오기만 했으면 아무 일이 없었을 텐데 하며 모든 것을 낙담하는 표정인 거야.원님은 머슴더러 지게질하는 도중 저양반에 무슨 말을 안 하더냐고 물으니 머슴은 '저 자가 머슴놈을 내쫓고 둘이 멋지게 살아보자'고 한 말을 제 귀로 똑똑히 들었다고 답하는 거여요. 이렇게 하여 원님은 면장의 흉계의 증거를 잡아서 즉시 결박하도록 하여 낱낱이 죄상을 밝혀내었고, 즉시 빌린 돈을 이자까지 쳐서 내줌과 동시에 3년동안 밀린 새경도 갚아주도록 판결하였어요. 나쁜 죄상이 밝혀진 면장을 즉시 파직시키고 장형(杖刑)을 내렸답니다.주인남자와 정을 통한 부인은 그제서야 이실직고하며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면 개과천선하여 착한 아내가 되겠다고 빌었으나 남편은 받아주지 않고 내치게 되어 여자는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머슴살이 남자는 지혜로운 가짜원님(원님의 아들)의 덕분에 빼앗길 뻔한 많은 돈과 새경을 고스란히 되찾아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십여마지기의 전답을 장만하고 새로운 여인을 아내로 맞아 남부럽지 않게 잘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옛말에 낮말은 낮새가 듣고 밤말은 밤새가 듣는다는 말이 있지 않아요. 그 면장도 말조심을 했더라면 비록 나쁜 행동을 하였지만 상당한 돈을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인데, 입이 가벼워 못했지 않아요.예전에는 우리나라가 법이나 모든 것이 제대로 안 갖추어져 있어서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이나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무법천지나 다름없었고 많은 불쌍한 백성들은 조정이나 벼슬아치들로부터 억울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을 수도 없이 당하면서도 항변 한번 똑바로 못하고 평생을 살다가 건 것이지요. 참 민초들이 살기에는 힘든 시상(세상) 이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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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판관의 원님
    전라도 어느 고을에 앞뒷집에서 총각과 처녀가 살고 있었는데, 총각이 17살을 먹고 큰애기는 15살이었다고 그래요. 총각은 갈방도령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글공부를 열심히 하였고 그러한 모습에 반한 이웃집 큰애기는 은근히 사모하는 마음이 생겨났으나 마음만 졸일 뿐 마음을 나타낼 기회가 좀처럼 오지를 않았어요. 밤이면 밤마다 총각이 글읽는 소리를 담 옆에서 몰래 듣는 것을 일과처럼 되풀이하다가 어느날은 총각의 글읽는 소리가 힘이 없고 처량하게 들리니 이를 핑계거리로 담을 넘어 총각집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총각집은 지체높은 양반집이라 마당을 빙둘러 연못이 근사하게 만들어져 있었으나 그 큰애기는 당돌하게도 자기 집 담을 넘어 맨발로 연못을 건너서 총각의 글방 앞에 당도한 것이지.야밤에 느닷없이 나타난 이웃집 순이를 보고 차돌이는 "야! 너 이슥한 밤중에 웬 일이냐? 너는 무서움도 없는 갑다"며 깜짝 놀랐제.순이가 집에 있는데 하도 심심해서 오빠하고 이야기좀 하고 싶어 왔노라고 하자 한순간 한순간이 아쉬운 사람이다. 너 정신 좀 차리게 해줄 테니 저기 연못에 가서 창포줄기 서너 가닥을 촐겨가지고(끊어가지고) 오너라 " 시켰어.수초(水草) 줄기를 끊어오자 차돌이는 순이의 온몸을 인정도 사정도 볼 것 없이 마구 휘두르며 두들겨 패어 마침내 수초줄기가너덜너덜 헤어져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고서야 매질을 멈추었습니다. 어찌나 힘껏 두들겼는지 순이의 어깨죽지의 살집이 터져 피가 흥건히 흘러내릴 정도였어요. 살집이짓물러져 헝겊으로 부랴부랴 피를 멈추게 하고 다시는 절대 찾아오지 말도록 단단히 훈계하여 돌려보냈어. 이웃집 처녀는 앞집오빠의 단단한 결심을 확인한 뒤로는 마음은 있었지만 아예 단념해버렸어요. 그 큰애기의 어깨에는 지난번에 월장하였다가 두들겨 맞을 때 생긴 길다란 흉터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져있는 거야.처녀는 나중에 그 고을 원님의 아들에게로 시집을 가게 되어 상당한 영화를 누리게 되었고, 반면 그 앞집총각은 관운이 부족하였던지 과거도 못하고 그럭저럭 시골에 묻혀 살게 되었어요. 다른 여인과 혼인하여 슬하게 자녀를 다섯이나 두었고 큰 아들이 열여덟이 되니 장개(장가)를 보냈능갑디다. 아들과 미너리(며느리)를 한집에서 데리고 오순도순 재미있게 살고있는데 무슨 날벼락인지 결혼한 지 5개월 무렵부터 아들이 이름 모를 병에 들어 시름시름 앓더니 두달 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답니다. 졸지에 미너리는 청상과부가 되었고 혈기에 넘치는 젊은 여자가 혼자가 되버린께 인자 저녁이면 몸부림을 칠게 아니겄어요. 남자를 알아버린 상태에서 갑자기 되니까 그럴 것 아니것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아버지는 저녁마다 순행을 치며 살펴보았대요. 며느리는 외로움에 밤새도록 잠을 못 들고 끙끙대다가 겨우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드는 것이 부지기수였답니다.[조사자: 결혼한 지 5개월이나 되었는데 며느리에게 아직 아이는 없었을 까요? 제보자: 아직 없었던가 보지. 아이가 있었으면 그 아이에게 희망을 걸고 어떻게라도 살아보려 했을텐데 말이요.]며느리는 아까운 젊을 썩히며 홀로 살아갈 일이 까막득하여 이런 상태를 벗어나 볼 속셈으로 꾀를 생각하였어요. 그것이 뭐였내면, 대낮에 꾀를 할라당 벗고(알몸이 되어) 대청마루에 벌렁 누워서 악을 쓰는 겁니다"동네사람들! 다 들어보시오. 저의 시아버지가 젊은 미너리의 몸을 탐내어 겁탈을 할려고 합니다. 누가 와서 저를 좀 구해주세요. 빨리요."집 안채에서 갑자기 며느리의 다급한 소리가 들리자 시아버지가 나가보니 마루에 며느리가 알몸으로 있거든. 차마 쳐다 볼 수가 없어서 가까이는 가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 체 멀리서 헛기침만 해대고 있었어요. 이웃의 마을사람들이 뭔 일인고 하여 담 너머로 하나둘씩 모여들어 웅성대고 하니, 시아버지는 챙피하고 당황스러워 며느리에게 "아가야! 제발 동네사람들 그만 우세시키고 얼른 옷이나 입어라. 부탁이다" 하며 통사정을 하자 겨우 옷을 주워 입드래요.며느리가 소리소리를 질러댄 내용이 삽시간에 소문으로 퍼져 동네사람들은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믿는 사람이 늘어가고 드디어 관아에 원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원님은 만에 하나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상피붙었다면 관할하는 주민들의 풍속교화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고 즉시 두 사람을 잡아다가 대질하며 문초를 하였습니다.원님이 먼저 시아버지께 " 영감! 당신 혹시 나쁜 마음을 먹고 며느리 몸을 건드리지 않았소" 하며 문초하니, 시아버지는 가슴을 턱턱 치며 "원 세상에 동방예의지국에서 어찌 그런 일이 어떻게 있겠소이까? 맹세코 아니라는 것을 헤아려 주십시오" 하고 답을 하는 거여.이번에는 며느리에게 사실을 물으니 "그렇습니다. 시아버지가 저를 만지고 끌어안고 하였습니다. 무서운 벌을 내려주십시오" 하며 한술 더 뜨는 거야.두 사람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데 분명 한사람이 거짓을 말하고 있음은 분명하나 쉽게 가려낼 수가 없었습니다. 남녀관계라 어떻게 딱 집어서 확인할 방법이 없지 않아요. 원님은 잘잘못을 가려야 하는데 고민이 되었어요. 일단 두 사람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밤낮으로 해결방법을 궁리하였으나 뾰족한 방법이 나오지 않아 하루 저녁에는 식구들과 저녁밥을 먹으면서 이러저러한 일이 생겼는데 좋은 판결방안이 없겠느냐고 도움을 청했어요. 이 마을 들은 며느리는 분명히 자기가 처녀시절 한때 사모했던 그 양반이거든. 차마 즉석에서는 말을 못하고 다음날 시아버지를 살짝 뵙자고 하여 처녀시절 그 사건을 말씀드리고 그 증거로 어깨를 살짝 걷고는 흉터까지 보여드렸던 것입니다. 흉터에 의해서 혈기 왕성하던 시절에도 그만한 자체력을 보여주던 양반이 절대 그런 행동을 할 수 없으리라는 확신을 보여준 것 아니 것어요.원님은 그 며느리가 거짓을 행함을 짐작하고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된 데에는 필시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여겨 며느리만 따로 불러들여 크게 문초를 하였어원님은 위엄있는 품모를 하고는 " 네 이년! 바른대로 아뢰도록 하여라.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게 되면 목숨이 온전치 못할 것이야. 어떻게 감히 시아버지를 강상(鋼常)의 죄에 끌어들일 수 있느냐? 어서 똑바로 말해보아라" 호령호령을 해댔어요.머뭇머뭇 거리며 입을 열지 않자 즉시 곤장 몇 대를 치니 며느리는 울먹이며 "제가 죽을죄를 졌습니다. 이번 일은 제가 꾸며댄 일입니다. 무고한 저의 시아버지에게 죄를 엎어 씌웠습니다. 사실 저를 혼인 일년도 못되어 저의 신랑이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음양의 이치를 알게 되어버린 제가 한평생을 청상을 지낼일이 깜깜하여 시아버지에게 치명적인 누명을 엎어씌우면 시아버지께서 동네사람 챙피하여 저를 먼 곳으로 내쫓아 버릴 것으로 생각하여 일을 벌였던 것입니다. 저의 어리석고 짧은 소견머리로 저지른 잘못은 달게 받겠습니다. 어떠한 벌이라도 내려주십시오. 흐흐흐---" 흐느끼며 실토를 하는 겁니다.이렇게 하여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 원님은 시아버지와 며느리를 앉혀놓고 시아버지에게는 마음고생한 것을 위로하였고 며느리에게는 호된 질책과 죄값으로 곤장 스무대를 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하게된 근본적인 원인은 한번 혼례를 치르고 나면 죽으나 사나 시댁의 귀신이 되도록 한 고부재가금지제도 때문인데, 좋지 못한 관습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여인들이 한과 고통 속에 나날을 보내고있느냐며 시아버지에게 며느리가 새로운 혼처를 찾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부탁하였고 시아버지에게 며느리가 새로운 혼처를 찾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부탁하였고 시아버지도 며느리의 장래를 위해 그리하겠다고 했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청상과부들이 다시 혼인하는 것을 큰 허물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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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의 현명한 판결
    오래 전에 순창 금과의 어느 고을에 50에 접어드는 두 중년 남자가 살고 있었드래요. 두 사람은 둘도 없이 친한 친구사이로 틈만 나면 만나서 노상(항상) 같이 지내는데, 한사람은 아들을 둘이나 두어 후사(後嗣) 걱정이 전히(전혀) 없는데 다른 한사람은 대를 이을 아들이 없어 이만저만한 걱정이 아니었어.[조사자: 그런데 왜 아들을 못낳았다요. 제보자: 음, 밭은 괜찮았는디 씨앗이 시원치 않았는 갑지. 말하자면 남자가 애기를 못 낳는 거여.]아들을 둔 사람이 광수고 아들이 없는 사람이 영식이라는 사람이었어.어느 비오는 날 이 양반 둘은 동네 사랑방에서 나와 저녁무렵까지 놀면서 다른 사람들은 다 돌아가자, 영식이가 친구 광수에게 "어이. 자네에게 긴히 부탁하나 헐 것이 있네" 하니, 광수라는 사램이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디 뭐 돈들고 부담되는 일만 아니다면 그야 들어주고 말고" 라고 하는 거야.이 말은 절대 비밀이니께 자네고 나만 알고 있어야 허고 딴데서는 일체 발설해서는 안 된다며, 귀 좀 빌리자고 하여 부탁할 이야기를 귓속말로 한 거여.이 말은 절대 비밀이니께 자네고 나만 알고 있어야 허고 딴데서는 일체 발설해서는 안 된다며, 귀 좀 빌리자고 하여 부탁할 이야기를 귓속말로 한 거여.부탁한 내용은 뭐냐면 광수 자네가 아들을 잘 낳으니 며칟날 저녁에 내 옷으로 갈아입고 심야에 우리 집 안방으로 슬며시 들어가서 내 마누라하고 하룻저녁 동품을 하고 동트기 직전 우리 집을 빠져나와 다시 서로 옷을 갈아입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자는 것이었어.이 말을 들은 광수는 친구 마누라를 한번 품어본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자고 하였제. 일단 합의가 이루어지자 두 사람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에 착수하여 역사적인 거사 일을 닷새 뒤로 잡고 그 날 저녁밥을 먹는 즉시 사랑방에 나와 자정무렵까지 시간을 보내다가 서로 옷을 바꿔 입고 영식이집으로 광수를 들여보내기로 작적을 짰다 이것이제.광수의 목소리도 영식이 쇠리처럼 내기 위해 낄낄대며 목소리 흉내연습까지 하였고 가급적이면 말을 하지 않도록 당부하였고 그 뒤로도 한치의 차질이 없게 하기 위해서 또 연습을 하고 나서 드디어 약정한 날이 돌아왔어. 두 사람은 이른 저녁을 든든히 먹고 최대한 신체의 상태를 잘 유지하기 위해 누워서 쉬면서도 과연 무사히 작전이 치러질 수 있을까 긴장된 마음으로 자정이 되기를 기다렸제. 열한시경이 되자 일단 옷을 갈아입고는 방에 들어가서 나눌 대화를 실연해 보았어요.흐흠 똑똑 " 여보 나왔소. 나라니까""응 왜 이렇게 늦어다요""어. 동네 사랑방에서 묵내기(추렴하여 먹을 것 사먹는 일) 화투 몇 번 치다보니께 이렇게 됐네""어서 들어와 옷갈아 입고 자시우"드디어 방문을 열고 이불 빈곳으로 들어가 슬스머니 누우면 성공한다. 비장한 각오로 영식의 집으로 향한 광수는 집에 도착하여 아까(직전) 번의 연습처럼 자연스런 대화로 방까지는 무사히 들어왔어.영식의 마누라는 "여보 컴컴해서 잘 안보이니 호롱불을 켜야겠어요. 내가 켤게요."(이러면서 성냥갑을 집어들려고 한다)가짜영식은 속으로 기겁을 하며 "불은 무슨 불. 웃옷만 벗으면 되니까 괜찮아"하며 성냥갑을 뺏어다 도로 놓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어.가짜영식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참동안 그대로 가수면을 취하다가 슬며시 새로운 마누라 옆으로 다가가 생각지도 못한 운우지정(雲雨之精)을 나눌 수 있었제.가짜영식은 동품을 하고 나서도 깊은 잡을 자지 못하고 선잠에 들어있다가 새벽 일찍 집을 빠져나가 진짜 영식이에게 작전의 성공을 알리고 다시 변복을 하고 자기 집에 돌아갔어. 광수는 자기집에 돌아가니 자기부인이 걱정되어 거의 뜬눈으로 날을 새다시피 하였다며 도대체 어디를 갔다 이제 오느냐며 심하게 추궁하는 거야. 인자 광수는 동네사랑방에서 밤늦도록 놀다가 피곤해서 잠깐 눈을 붙인 것이 그만 새벽까지 자버렸다고 둘러대었지.한편, 영식의 부인은 광수와 그 날 하룻밤을 잔 이후로 태기가 있어 아들을 보게 되었다. 영식은 어렵게 어렵게 얻은 아들을 금이야 옥이야 하며 정성으로 길러내어 용모가 준수하고 언변과 문장이 뛰어난 준재로 성장하였어. 왠만한 벼슬 한자리는 해먹을 만한 인물감이라고 은근히 자식욕심이 나기 시작하였어. 사실 내가 무릎이 부르터져 가면서까지 고생을 해서 낳은 자식인데 호사는 엉뚱한 내친구가 받는 것이 아니여. 아무래도 동네방네 내아들이라고 선포하고는 내가 뺏어와야 쓰것어.이렇게 마음먹은 광수는 어느 날 오후 조용히 친구 영식을 사랑방으로 불러내어 "너 니아들 나에게 도라(달라). 핏줄은 댕긴다고 저애만 보면 내가 죽것다. 내가 키울란다"고 날벼락같은 소리를 하는 거여. 이에 질세라 영식도 "야. 너 친구간에 그럴 수 있냐. 어려운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한 일이고 잘대 뒤끝이 없기로 했지 않냐. 절대로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맞서며 옥신각신하였어.이때 마침 서당에 다녀오는 영식의 아들이 공교롭게도 사랑방안에서 큰소시로 옥신각신 하는 소리를 듣게 됐는데, 방안에서 자기아버지와 친구분이 서로 자기의 아들이라고 우기는 것이 아니여. 그 아이는 한참 이야기내용을 엿듣고 나니까 자신의탄생비밀을 대략 알게되었지. 이후로도 두 양반이 수시로 자기문제로 싸우는 것을 안 아이는 이 일을 어떻게 해야 두 분의 의를 상하지 않고 순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까 여러 날을 고민하엿어. 고민 끝에 좋은 꾀를 생각해낸 아이는 그 꾀를 실행할 기회를 노렸는데, 한 보름정도 경과한 후 사랑방 앞을 다시 지날때 그 날도 두분이 똑같은 내용으로 입씨름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기회는 이때다 싶어 그 아이는 문을 열고 들어가 " 두 분이 왜들 싸우십니까. 보아하니 저 때문에 그러시는 듯 싶습니다. 제가 딱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저기 들판에 나란히 밭 두 뙈기가 있다고 합시다. 하나는 갑(甲)이라는 사람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을(乙)의 것인데, 봄이 돌아와 갑이 자기밭에 씨앗을 손으로 휙휙 뿌리는데 너무 세게 뿌려서인지 을이라는 사람의 밭에 떨어진 씨앗이 자라 열매를 맺었습니다. 그러면 그 곡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비록 씨는 갑이 뿌렸지만 을의 밭에서 자랐으니 당연히 을의 것 아닙니까. 제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씨는 광수어르신께서 뿌리셨지만 기르시기는 지금의 아버지가 하셨습니다. 저는 지금의 아버지를 진짜 아버지로 생각하고 있으니, 다시는 이러한 일로 분란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합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라고 이치적으로 설복을 하드랍니다. 어린 아이의 말을 듣고 이후로는 두 사람의 다툼이 없어지게 되었고 이아이는 양아버지를 친아버지로 알고 극진한 효성으로 모시며 높은 벼슬을 얻고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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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대쌈을 보면 해 준 시할머니
    옛날 외치재(함평군 월야에서 영광가는 길목의 고개)부근의 어떤 마을에 남자들은 다 죽고 시할머니와 손자며느리(孫婦) 이렇게 둘이만 사는 집이 있었다요. 그런데 손부는 시집온 지 이내(두해) 만에 지아비를 잃고 자식도 청상과부로 살아오는데 어찌나 자태가 곱든지 주변의 총각들은 물론이고 젊은 남자들도 추파를 던지며 은근히 얼굴이라도 한번 보았으면 하는 판국이었으니까. 나이 어린 손부는 친정집의 개가권유에도 아랑곳없이 연로한 시할머니를 봉양할 사람이 없자, 단연코 시댁에 붙어살겠다고 맹세하였고 설사 가더라도 시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나 생각해 볼 요량이었어요. 자기의 신상보다는 시할머니의 안위를 더 크게 생각한 것이지.친정집에서 나서서 부대쌈하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려고 하였는지 벌써 마을 내에서는 몇월 며칠날 저녁에 마을의 젊은 과부 한사람을 데려가기로 했다네 하는 소문이 쫙 퍼져 있었어. 오늘날 같으면 부대쌈을 피해 도망이라도 칠 수 있겠지만, 당시 여자들의 바깥출입이 자유로지 못하던 시절에는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상례였은꼐.거동이 편하지 못한 시할머니를 두고 떠나야 하는 손부도 마음이 좋지 않았고 시할머니 또한 손부가 없으면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처지여서 두 사람 모두 떨어지고 싶지 않는 마음이 꿀떡같았지. 날짜가 뿌득뿌득 다가와도 뾰족한 방안이 없어 고민에 휩쌓여 있었제. 시할머니가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자신이 예쁘게 치장하고 손부의 방에 누웠다가 보쌈꾼들에게 끌려가면 손부는 보호할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어.드디어 그 날이 돌아오자 할머니는 잘 치장하고 얼굴에 분가지 바르고 누워 있으니까, 보쌈꾼들이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부대쌈을 해서 데려가는 것이여.부대쌈꾼들은 걸음을 재촉하여 남자의 동네에 도착하여 집 앞에서 부대쌈을 해온 여인을 풀어놓는 거야. 그런데 젊고 예쁜 여자가 나와야할 텐데 왠 늙은 쭈구렁 할머니가 나오니까 남자주인은 보쌈꾼들에게 불호령을 내렸을 것 아니여. 당장 원래 집에다 아무 일없이 대려다 주도록 하여, 다시 그 집 마당에 내던지듯이 내려놓고는 냅다 달아나 버렸어. 할머니의 꾀로 이 들은 부대쌈을 모면하였고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같이 살다가 할머니의 사후 3년이 지나 새로운 배필을 얻고 영화를 누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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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동이 아저씨의 지혜
    옛날 강진땅에 점동이라는 청주김씨의 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눈하나가 멀어버린 외통보(애꾸눈) 였어요. 그는 외통보인데다 딸린 아이가 9남매나 되어 그 날 그 날의 끼니때 입에 풀칠하기도 힘겨웠어요. 점동아저씨는 어떻게 하면 어린 자식들을 안 굶기고 남부럽지 않게 집안살림을 한번 일으며 세워볼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였습니다. 솔직히 학식이라면 '낮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무식쟁이였지만, 사리의 판단과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있어서는 훤히 꿰뚫고 있었다 이거지.어느 해 봄날 그는 드디어 괴나리 봇짐하나 들쳐메고 다 쓰러져 가는 집안의 '융성'(隆盛)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장도에 올랐어요. 그는 십여리쯤 걸어서 첫 동네에 이르러서 한지로 된 창문의 구멍이 가장 많이 뚫린 집을 다짜고짜 찾아가서는, 이 집 안주인에게 다가가서는 '갑자 을축 병인 정묘------갑자 을축 병인 정묘------' 흥얼흥얼대면서 "이 집 자손들이 참 많습니다" 하는 거야. 그러자 안주인은 학문깨나 들어있는 도사(道師)쯤으로 알고 "우리 집 큰놈의 신수가 어떻습니까?" 물으니, 그 양반은 "매우 좋으니 (벼슬이) 높게 되겠습니다"라고 말해 주고는, 이서 작은놈을 물으니 '예! 재복이 많아서 큰 부자로 잘 살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거야.이 말을 들은 안주인은 기분이 너무 좋아 점심 한 상을 걸판지게 차려다가 무식쟁이 도사에게 가져다 주어서 점동아저씨는 너끈히 점심을 해결할 수 있었고 문을 나설 때는 쌀 몇 되까지 얻어서 나왔지.혹시 무슨 건수(件數)나 없ㅇ르까 하며 마을의 이집저집을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는데 마침 어느 집에 물레바퀴의 물렛살이 고장난 집을 발견하였어. 그는 옳다되었다하며 바로 들어가서 "나는 지나가는 길손인데 보아하니 물레가 잘 안 고쳐지나 봅니다. 제가 한번 고쳐보면 안될까요" 하니 열 번이라도 그러라고 하는 거여. 그는 물렛살 간격을 고르게 하고 버팀목을 끼워 넣어 말끔하게 고쳐내니 물레를 고치려고 한나절 이상을 낑낑대던 집주인은 비상한 손재주에 놀라워하며 그 사례로 닷 되의 보리쌀을 싸줬어. 이리저리 다니면서 조금씩 곡식을 얻는 점동아저씨는 다시 이웃동네에 도착하여 한 민가에 저녁을 얻어먹고 그 집의 허름한 사랑방에서 하룻밤을 묵었어요.이튿날 다시 일을 찾아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부잣집에서 암소가 새끼를 낳고 있는데, 구경삼아 그 집으로 들아가 보니 암소는 새끼를 낳지 못하였고 그 집 식구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는 거야. 점동이 아저씨가 나서며 "나는 저 건너 마을에 사는 김아무개인데 내가 송아지 낳는 것을 많이 받아봐서 압니다만 내가 시키는대로 하면 아마 순산할 것입니다" 하면서 똥개(밭쟁기를 말함. 극젱이.), 보습, 소금 한 접시를 외양간 앞에 차려놓도록 하였어.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하자마자 송아지를 순산하였는데 그것도 쌍둥이를 낳았어. 이 집에서는 아조(아주) 영한 소산파 아저씨라며 치하하면서 보릿쌀 한 가마를 사례로 주었지. 점동아저씨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나서 지게하나를 빌려 지금까지 모은 곡식을 얹어 50리나 떨어진 자신의 집에다 갖다놓고 다시 돌아왔어요.또 다른 마을 향하여 길을 가고있는데, 들판의 논에서 어떤 영감이 쟁기질을 하는 광경이 나타난 거야. 소가 전혀 움직이려 하지 않고 영감은 소리만 쳐대고 있어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소가 고개를 왼쪽으로 쳐들고 끙끙 신음소리만 내는 것 아니것어? 영감은 "저 놈의 미련한 소새끼가 일을 하기 싫으니까 가지 않고 아픈 시늉만 하고 있다"고 열만 내고 있었어. 점동아저씨는 그 영감한테 가서 "영감님! 소도 살아있는 생명입니다. 소가 움직이지 못하고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어디 자세히 한번 살펴봅시다" 하니 그제서야 수긍을 하는 거야.영감을 소 앞으로 데리고 가서는 점동아저씨가 코뚜레를 만져보니 코뚜레의 나무가 소의 콧살 안에서 부러져 나뭇결이 바늘처럼 들떠 가지고 소의 콧속의 살에 박혀 들어가서 소가 고통스러워했던 것이여. 말하자면 비접든다고 하여 나무막대기를 만지다 나뭇결의 거스러미가 일어나 살갛에 가시가 박히는 것과 같은 원리제. 점동아저씨는 소에게 코뚜레나무의 비집이 들지 않도록 코뚜레를 부여잡고 조심스레 코밖으로 빼냈지.그제서야 쟁기질을 하던 영감은 "내가 너무 무지했나 봅니다. 당신 아니었으면 참말로 멀쩡한 소 한 마리 잡을 뻔했습니다. 아무리 말 못 허는 짐승이라고는 하지만 얼매나(얼마나) 아펐을 께라우" 하며 죄스러워 했어. 영감님은 길손(점동아저씨)에게 소를 맡겨놓고 집으로 달려가서 예비용으로 마련해 헛간에 걸어둔 코뚜레를 낫으로 잘 다듬고 된장을 묻혀놓고는 아깝지만 고마운 길손에게 겉보리 한 말을 주기 위해 자루에 담았어요. 코뚜레를 손에 들고 보리자루를 어깨에 메고 돌아온 영감은 둘이 힘을 합쳐 코뚜레를 새로 끼워 넣고는 보답으로 이 길손에게 보리자루를 건네주었어.곡식자루를 들쳐메고 세 번째 마을로 들어선 점동아저씨는 또 새로운 일감을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는데, 쉰 살이 넘어 보이느 여인이 "나 죽것네 나 죽거네" 하면서 마당에서 훌떡훌덕 날뛰고 있는 거라. 조금 괴이하기는 하였으나 들어가 보니 이웃집여인 한사람이 옆에 있는데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만보고 있는 거야. 자초지종을 알아보기 위해 자세히 살펴보니 이웃집 여인과 함께 고춧가루를 빻기 위해 디딜방아에다 맵디매운 고추를 가득 넣고 찧고 있었어.아 그란데 옛날에는 여인들이 지금처럼 팬티를 입는 것이 아니라 헐렁한 마포 속곳에 속바지나 입는 것이 고작이었으니, 디딜방아 확 옆에서 고추가루를 찧다보니 고추의 매운 기운이 헐렁한 속바지 사이로 풍겨 들어가 여인의 사타구니ㅏ이가 불이 나서(욱신거려서) 그런 것이었어. 사타구니 사이가 사뭇 확확 달아오르니까 못견디어 그런 것이었제.점동이 아저씨는 어색한 마음을 떨쳐버리고 죽어 가는 사람을 살려낸다는 심정으로 "아주머니 조금만 참으세요. 제가 미지근하게 물을 데워 올 테니 그 안에서 좌욕을 하면 금방 가라앉을 겁니다" 하고는 벼락같이 물을 데워다 목욕을 하도록 가져다 주었어. 반시간 정도나 물에 담그고 나니 후끈거리는 기운이 다 빠져나가서 그 여인은 안정을 찾을 수 있었지. 점동아저씨는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 침착하면서도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는 묘안을 재빠르게 짜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잇었지요.이 밖에도 수없이 많은 응급처방으로 곤경에 처한 많은 농민들을 위급에 벗어나게 하였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소소하나마 얼마간의 곡식이나 돈을 얻어서 자식들 먹여 살리고 집안을 일으키는데 상당한 도움을 얻을 수 있었지. 그는 길지 않는 유랑생활로 살림을 일으키는 바탕을 마련하였던 거야. 옛날부터 전해오는 말에는 유랑생활로 살림을 일으키는 바탕을 마련하였던 거야. 옛날부터 전해오는 말에 "거짓말이 올베논(올벼논) 서마지기보다 낫다"는 것처럼, 이 얘기는 그 어떤 재물이나 밑천보다도 사뭇 위급할 때는 자신의 노력과 의지에 의해서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다는 이미(의미)가 담겨있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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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꾀로 굶주림을 면한 며슴
    천석꾼 부잣집에 기골이 장대한 '떡쇠'라는 젊은 머슴하나가 고용살이를 하고 있었는데, 주인영감과 마누라는 누구 할 것 없이 돈 한푼을 쓸려면 적어도 열 번 이상 생각해야 할 정도로 구두쇠였어. 그야말로 이마에 송곳을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사람들이었제. 그래서 머슴에게 먹을 것 주는 것조차 아까워 밥을 항상 절반의 양도 안차게 주는 것이야. 머슴에게 먹을 것을 충분히 주어야 머슴이 힘을 내서 일을 더 많이 할 것인데 그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지.그런데다 뻔듯하면(걸핏하면) 밥조차 주기 싫어 끼니때에 간장 한 보세기(보시기)에 죽 한 그릇씩만 주기 일쑤여서 죽을 주는 날이면 크게 못마땅하여 "에이! 죽 한 그릇 먹고 워치게(어떻게) 힘든 일을 해" 하며 불만이 섞인 소리를 지르며 방문을 닫고 나가고는 하였어. 골목에 나가서는 "나는 죽 쑨 머슴이다" 하고 위고(외치고)다니니까, 아이들이 이 소리를 듣고는 으레껏 떡쇠가 지나가면 "헤이! 죽 쑨 머슴아!" 하고 놀려대거나 자기들끼리 "저기 저 죽 쑨 머슴 지나간다"며 수군대는 거야. 어른이 다된 사람을 놀려대니 화가 날 법도 하지만, '떡쇠'는 오히려 이러한 상황을 노리고 있었으며, 때로는 더욱 그렇게 하기를 바래기도 했제.죽 쑨 머슴이라는 소리가 주인내외의 귀에까지 들어가니 세상에 부잣집에서 머슴에게 밥도 안주고 죽이나 준다고 남들이 욕할까 봐 할 수 없이 죽 대신 밥을 주게된거여. 더더구나 '죽 쑤었다'는 말이 어떤 일을 망쳤다는 뜻이니, 일을 망치는 머슴이라는 오명이 낙인찍힐 까봐 두려웠던 것이제. 그러나 주인의 천성이 그러한데 밥을 주게되었다고 하여 넉넉히 주는 것은 아니었어. 떡쇠는 밥을 주어 먹게는 되었으나 배고프기는 마찬가지였는데, 밥그릇의 겨우 절반 밖에 안 되는 한술 밥만 주었기 때문이야. 어찌나 밥이 많든지(?) 밥숟가락 놓고 뒤돌아서는 순간에 다시 배가고플 지경인 거야. 머슴 떡쇠는 다시 지난번의 꾀처럼 이번에는 "나는 밥 한 술 머슴이다"고 위고 다니니, 또 아이들이 "밥 한 술 머슴. 밥 한 술 머슴" 부르며 놀려댔어.놀리는 소리를 들은 주인내외는 밥 한술 머슴이 '온 머슴'(제대로 한사람의 역할을 다 해내는 머슴)의 절반밖에 일을 못하는 '반쪽 머슴;이라는 소리로 들려 썩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으나 또 어쩔 수 없이 밥을 한 그릇 수북히 담아줄 수밖에 없었던 거지. 꾀가 많은 머슴은 인색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주인댁이었지만 주인의 심기를 크게 건드리지 않고도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어낸 것이여. 다 사람은 자기가 뜻하는 바를 스스로 노력해서 얻어내야지 옆에서 챙겨주는 것이 아니란 것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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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감과 아이들
    어떤 영감이 길을 가고 잇는데, 자그마한 언덕 밑에서 사내아이 두 명이 장난을 치고 놀고 있드래. 아이들 보고 너희들 어떤 사이냐고 물어보니 작은 놈이 나서서 성제간(형제간)이라고 허는 거여요영감은 다시 큰놈에게 묻기를 " 닉(너희) 아부지 어디 가셌냐" 하니까"도둑놈 많이 모은 데로 가셌다요" 하는 거예요.그러면 "닉(너희) 어머니는 어디 가셌냐" 하니까"여러 놈 깨 빗기러 가셨다요" 하는 겁니다.영감은 너무 어린아이들이 입 밖에 내서는 아니 될 소리나 하고 있어 황당망측하기는 하였으나, 차례 모르는 어린애들이 뭐를 알겠느냐며 이 말을 덮어두고는 다시 너는 몇 살이고 니 형은 몇 살이냐고 물었다.그러자 똘똘한 작은 아이가 "형의 나이에서 한 살을 저에게 주면 서로 동갑이고, 제 나이에서 한 살을 빼주면 서로 두 배 차이가 납니다" 하는 거여.영감은 아이들이 하는 소리가 앞의 두 가지는 실없는 소리이고 마지막 대답만 무슨 수수께끼 문제를 푸는 것으로 생각하였어영감이 자신들의 말을 좋게 듣는 것 같지가 않거든. 어린애들은 "할아버지! 지금까지 저희들이 할아버지께 드린 말씀은 절대 장난이 아닙니다. 저희들은 수수께끼 문제처럼 말을 꾸며서 드린 것 뿐 입니다. 한번 맞혀보셔요" 하는 거야.마음이 조금 풀린 영감은 곰곰이 궁리를 한 끝에 답으로, 첫 번째 도둑놈들 모은데는 도둑놈 소굴이고, 두 번째 깨 밋기러 간 것은 남의 부잣집 빨래허러 간 것이라 답하고, 세 번재 문제는 6살 4살, 5살 3살 이것저것 다 주워섬기는데 이리저리해도 알아맞히지 못허니까 못허것다고 결국 맞추는 것을 포기했어.아이들은 문제 하나도 못 맞추고 쩔쩔매는 영감이 적어 우스웠던지 깔깔깔 웃어대며 답을 가르쳐 주기를, 첫 번째 문제는 장꾼들이 서로 속이고 속임을 당하니 읍내의 장터에서 서는 시장이고 두 번째는 나락(벼)의 옷(껍질)을 벗겨내니 방아찧는 것이며 세 번째는 형은 7살이고 동생인 저는 5살입니다. 영감은 아이들 보고도 웃을 일이 생긴다더니 차례 모르는 어린이들에게서도 새로운 것을 배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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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에게 물렸가다 온 처녀
    한 옛날 어느 마을에서 동네 굿을 크게 하였는데, 멀찍한 산에서 이 굿을 지켜보고 있던 호랭이(호랑이)가 마을로 어슬렁어슬렁 내려오고 있었어요. 동네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더욱 신나게 굿을 치고 있는 자리에 호랭이가 갑자기 나타나자 모두 혼비백산하여 아수라장이 되었어. 호랭이는 잽싸게 처녀 하나를 등에 업고 산으로 달아나기 시작하였고 갑자기 호랭이에게 물려 업혀가는 처녀는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에 달했지요. 한참을 내달린 호랭이는 "날이 새기 전에 굴에 들어 가야 하는데 무거워서 힘이들구나. 어디 노래나 한번 불러봐라" 하고 처녀한테 노래를 시켰는가 봅디다. 처녀는 몸서리치게 무서우면서도 살고 싶은 마음에 시키는 대로 노래를 불렀어요."어매, 어매, 우리 어매 어쩌자고 나를 낳아서 짐승 등에 업혀가게 했소----" 어쩌고 하면서 노래를 하니까, 호랭이는 "그 노랫소리는 영이 듣기 싫구먼. 다른 노래가 있으면 불러봐라" 고 또 주문을 하였어요. 그래서 처녀는 또 "넓적, 넓적 등거리(등허리)에 업혀서 가니 나는 좋네" 하고 부르니, 호랭이가 "이번 노래는 아까 보다는 듣기가 좋구먼" 하는 거야.그 사이 호량이굴에 도착하여 호랭이는 처녀를 땅에다 내려놓고는 굴로 데리고 들어갔어요. 한참 후에 동네 사람들이 포수랑 함께 호랭이굴 주위에 모여서 처녀를 구할 방법을 의논하는 거여요.그 때 굴속에서는 처녀가 빠져나갈 궁리를 하면서 호랭이에게 "나 몹시 배가 고프니 밥 좀 먹읍시다"고 하였고, 호랭이는 전에 잡아둔 사람 고기를 주면서 먹으라고 하니까 "사람인 내가 어떻게 이런 것을 먹어요.다른 먹을 것은 없어요"하면서, 혹시나 호랭이가 밖으로 나가 음식을 구해왔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제.하나 호랭이는 밖으로는 나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옆에 있던 과일을 주면서 먹으라고 하여 처녀는 할 수 없이 과일을 받아먹었지. 그렇게 한 사흘이 지나갔다 이 말이여. 호랭이는 처녀는 감시하기 위해서 사흘 밤낮을 한 숨도 자지 않고 지새우다 보니, 사흘이 지나고 나흘째는 어떻게 주체할 수 없는 잠이 쏟아지는 겁니다. 꾸벅꾸벅 졸고있는 호랭이한테서 몰래 빠져 나오려고 처녀는 살금살금 기어서 호랭이 옆을 지났는데 무슨 기척을 느꼈는지 호랭이가 번쩍하고 눈을 뜨는 거야.호랭이는 처녀에게 "도망갈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어. 내가 졸고 있다고 해서 도망가는 것도 모를 정도는 아닐 테니까" 하고 단단히 일러놓았어. 처녀는 할 수 없이 제자리로 돌아와서 또 졸기 시작하는 호랭이를 보고 나서 '굴 밖에는 틀림없이 사람들이 나를 구하기 위해 와 있을 것이여.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줘야지' 하고 밖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으로 "안다. 안다"하고 신호를 보냈던 갑디다.그 소리를 듣고는 호랭이가 깜짝 놀라 눈을 뜨고 "무슨 소리냐" 하고 물었어. 처녀는 " 그냥 심심해서 한번 소리쳐 본 것이여" 하고 말하고는 처녀가 호랭이에게 "우리 아부지(아버지)는 잠이 오면 잘대 붕알 자지를 물고 잤지" 하는 거야.그러니까 호랭이도 "그래, 그럼 나도 한번 해 봐야지" 하면서 지(자기) 것을 이빨로 꼭 물고는 잠이 들었어. 처녀는 속으로는 무서우면서도 호랭이가 화가 나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서 이리저리 빠져나갈 궁리를 하였제.그래서 호랭이가 안심할 수 있도로고 있지도 않는 아버지 이야기까지 하면서 살아나갈 방법을 생각하였고,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굴에 들어온지 닷새 째가 되었어요. 호랭이는 더 이상 잠을 주체할 수가 없고 또 어느 정도 안심도 디고 하여 어리석게도 마음놓고 어제 처녀가 가르쳐 준 것 같이 그대로 하고 잠에 깊이 빠져든거야.처녀는 얼마간 기다린 후에 호랭이가 정신없이 깊은 잠에 취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기회는 이때다 하고 밖으로 뛰쳐나갔어. 처녀가 굴 밖으로 나오자 동네 사람들과 포수들은 호랭이가 뒤쫓아 나올 줄 알고 총을 쏘아대기 시작하였지만 이상하게도 호랭이가 나오지를 않는 겁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굴속으로 들어가 보았어. 그런데 호랭이가 몸을 비틀고 죽어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무신(무슨)일인가 하고 죽은 호랭이를 조심스럽게 살펴보니 호랭이 목에 지붕알 자지가 걸려서 숨이 막혀 죽어있었습니다. 잠을 자고 있던 호랭이가 갑자기 총소리가 나자 깜짝 놀라 일어나면서 이빨로 물고 있던 그것을 너무 세게 깨물자 그게 그만 뚝 떨어져 나와서 목구명을 막아 버린 것이제. 그러니께 호랭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 나올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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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천갑자 동방삭이를 붙잡은 이야기
    아주 오랜 옛날에 삼첨갑자 동방생이(동방삭이)라고 허는 특출한 사람이 있었는갑디다. 옛날에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한 나라 맹키로(처럼) 되어 있어 별도의 경계없이 오기도 허고 가기도 했었다요. 자유스런 왕래가 가능했다 이 말이제.아- 동방생이라고 허면 삼천갑니까 영원히 죽지 않는 것 아니것소. 어떻게 혀서 죽지 않았는고 허니,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선녀인 서왕모(西王母)라는 사람이 있지 않아요. 그 서왕모가 먹으면 영원히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선도(仙桃= 천도(天桃))복숭아를 가지고 있었는데, 궁궐에서 꽤 높은 벼슬자리를 가지고 있던 동방생이가 궁궐에 재주로(자주로) 드나드는 서왕모가 가지고 다니던 그 복숭아 한 개를 몰래 훔쳐먹어서 그렇게 되었다요. 복숭아를 먹고 나더니 무슨 양약(霷藥)을 먹은 것처럼 더욱 젊어지고 기운이 넘쳐나면서 나이를 백 살, 이백 살 쭉쭉 먹어가도 전혀 늙을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주위의 사람들이 얼마나 시기심이 나고 부아(화)가 치밀어 오를 것 아니요. 다같이 하늘로부터 명줄을 타고 났는디, 누구든 백 살도 못살고 누구는 수 백년, 수 천년을 너끈히 살게 해주는 것에 성질이 안 날 사람 있것소. 나부터서라도 화가 날만 허제.그래서 중국이건 우리 나라건 온 나라의 고을고을에서 어떻게 하면 이 얄미운 동방생이를 단번에 잡아다가 코가 납작하게 혀갖고(해가지고) 죽여 버릴까 하는 모의가 있었답니다. 사람들만 모이면 "저 놈의 동방생이 어떡허면 잡아불까, 내 손으로 잡아 쥑이면(죽이면) 세상에 그런 원이 없겄네" 하나같이 동방생이 타령이었어요.그러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몸집이 커졌다 작아졌다 여우로 변했다 원숭이로 변했다 그야말로 신출귀몰(神出鬼沒)하는 동방생이를 잡아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제. 눈앞에서 뻔히 목격하면서도 "어허- 저놈 저기 간다. 저 놈을 잡아야 헐턴디" 소리만 지르며 발만 동동 구를 따름이었응께. 동방생이는 온갖 재주가 비상한데다 선견지명(先見之明)까지 있어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었어.모든 고을 사람들이 이젠 이 과업을 포기하고 "저놈은 저렇게 비상한 재주를 가졌으니께 오래토록 살만허제. 다 자기 능력껏 복록을 누리는 것 아니여" 하면서 당연시하는 쪽으로 돌아섰지. 그러나 오직 장성고을의 황룡사람들만은 제놈이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고 머리가 비상하다고 해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듯이' 뭔가 계략을 잘 세우면 못 잡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거야.그들은 몇날 며칠을 머리를 짜내고 다양한 계책을 숙의하였고 드디어 이들 가운데 평소에도 남 못하는 생각을 잘 끄집어내는 칠수라는 사람이 좋은 방안을 하나 내놓았습니다. 그 방안은 여러 사람이 개울가에 앉아 흐르는 물에다 숯을 씻고 있으면 동방생이가 지나가다 생전 처음보는 장면이라 하도 신기하여 도대체 당신들 무엇을 하고 있소 하면서 접근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 숯이 하얗게 될 때까지 씻는 것이라고 차분히 설명해 주면서 말미에 느닷없이 동방생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댄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마음이 풀어져 어떤 내막이 있는줄도 모르고 얼떨결에 비밀이 쉽게 튀어나올지도 모를 일이라는 것이야.동네사람들은 과연 그럴 만 하다며, 숯이야 흔해 빠진 것이고 무슨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밑져야 본전이니 그렇게 한번 해보자고 하였습니다. 날씨가 쾌청한 날을 택하여 동네사람 십여 명이 개울가에 나와 소쿠리에 숯을 담아 열심히 씻고 있는 것을 멀리서 지나가던 동방생이가 보고는 "저기 저쪽에 뭐 희한하게도 무슨 시커먼 물건을 여러 사람이 나와서 씻고 있네. 저게 뭘까. 쬐끔 궁금헌데 한번 가볼까?" 하고는 개울가로 다가간 거야.개울에 도착한 동방생이는 "고생들 허시오. 그런데 당신네들 지금 무슨 일을 헙니까" 하고 물으니께, 마을사람들은 동방생이를 멀리서는 보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고 더욱이 너무도 쉽게 동방생이가 나타난 것에 적잖이 놀라워 하였지.그러나 이들은 속으로는 떨리며 긴장이 되었지만, 한사코 침찬하며 의연히 대처하기 위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보면 모르겠소. 지금 숯을 씻고 있소. 숯이 희어질 때까지 씻는 중이오." 하는 겁니다.동방생이는 "괴이한 일입니다. 내 천년을 넘게 살았어요 숯이 하얗게 된다고 숯을 씻는 것을 보기는 정말 난생 처음입니다"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동방생이님은 그렇게 오래 사시면서 이곳저곳 넓은 세상을 다 돌아다니니까 너무너무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희한한 구경거리도 많이 보시구요" 하며 비행기를 태웠제.(추어주었제)동방생이는 "그렇기는 하지요. 참 좋은 구경도 많이 하고 안 좋은 것도 많이 보았소. 세상일은 언제난 영예와 치욕이 반복되는 것이 정한 이치인 듯 싶습니다" 하며 인생담으로까지 이야기가 전개되었어.슬슬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마을 사람들은 지금이 비밀사항을 알아낼 적기로 판단하고는 "그래도 동방생이님은 몇 천 년을 죽으시지도 않고 살아오신 것을 보면 참 부럽습니다. 아무리 볼 것 못 볼 것 보면서 어려운 세상을 살아간다고 새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듯이 오래 사는 것이 좋은 것 아닙니까?그런데 저희들이 가장 궁금한 것이 하나 있어요. 전지전능한 천하의 동방생이님께서도 무서워하는 것이 하나쯤은 잇을 것 같아요. 말씀 좀 해주세요. 예- 예-"하며 은근슬적 조르며 매달렸어.동방생이는 "내 생각도 내가 오래 사는 것이 자랑스럽기는 해요. 단 백년도 못사는 여느 사람들을 보면 짠하다는(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제가 무서워 하는 것을 알고싶다고요. 저도 인간인데 무서운 것이 없겠어요. 이거 비밀인데 그냥 말해도 되나. 이 말을 하면은 누가 나를 잡아가는 것 아닐까. 에- 또- 설라므네 내가 무서워하는 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음- 나는 다른 것은 다 괜찮은데 가시덤불 있지요 그 가시덤불이 제일 무서워요. 가시만 있으면 무서워서 옴쭉달삭을 못합니다"며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 뒤집힐 만한 천기(天機)를 누설해버렸어. 이 말을 듣는 순간 숯을 씻는 사람들이 일어서서 일제히 동방생이를 붙잡으려고 달려들었어요. 동시에 저만치 떨어진 마을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뛰쳐나왔는데, 동방생이를 잡기 위해 상황이 벌어지면 합세하도록 이미 약조가 되어있었지. 천기를 누설한 동방생이는 마을사람들이 자신을 때려잡기 위한 계략에 자기가 말려든 것을 뒤늦게야 깨닫고 삼식육계를 놓기 시작하는 거야. 한편으로는 다수의 건장한 마을 청년들을 산으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도록 배치해 놓았는데, 동방생이는 그것도 모르고 산길로 도망을 치다가는 갑자기 길을 막는 청년들을 보고 길옆 수풀더미 쪽으로 비껴 지나갔제.뒤에서는 산 무리의 마을사람들이 "저 놈 동방생이 잡아라. 거기 서지 못하겠느냐" 소리를 치며 추격해 왓어. 황급해진 동방생이는 길을 잃고 이리저리 헤메다 마을사람들이 바짝 접근해 오자, 칡넝쿨과 땅까시넝쿨(야생 찔레꽃)이 엉킨 덤불 속을 지나가려다 까시넝쿨에 온몸이 얽혀 결국에는 마을 사람들에게 잡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동방생이는 칡넝쿨로 꽁꽁 묶인 채 마을로 끌려내려 와 갖은 고초를 당하고 끝내는 굻어서 죽고 말았어요. 마을사람들은 그를 곱게 묻어주고 이후로는 사람이 노래 사는 것을 그리 불겁이지(부럽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삼천갑자를 산다는 동방생이도 말 한마디 잘못 내뱉어 황천길을 재촉한 것 아니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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