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

영감과 아이들

어떤 영감이 길을 가고 잇는데, 자그마한 언덕 밑에서 사내아이 두 명이 장난을 치고 놀고 있드래. 아이들 보고 너희들 어떤 사이냐고 물어보니 작은 놈이 나서서 성제간(형제간)이라고 허는 거여요

영감은 다시 큰놈에게 묻기를 " 닉(너희) 아부지 어디 가셌냐" 하니까

"도둑놈 많이 모은 데로 가셌다요" 하는 거예요.

그러면 "닉(너희) 어머니는 어디 가셌냐" 하니까

"여러 놈 깨 빗기러 가셨다요" 하는 겁니다.

영감은 너무 어린아이들이 입 밖에 내서는 아니 될 소리나 하고 있어 황당망측하기는 하였으나, 차례 모르는 어린애들이 뭐를 알겠느냐며 이 말을 덮어두고는 다시 너는 몇 살이고 니 형은 몇 살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똘똘한 작은 아이가 "형의 나이에서 한 살을 저에게 주면 서로 동갑이고, 제 나이에서 한 살을 빼주면 서로 두 배 차이가 납니다" 하는 거여.

영감은 아이들이 하는 소리가 앞의 두 가지는 실없는 소리이고 마지막 대답만 무슨 수수께끼 문제를 푸는 것으로 생각하였어

영감이 자신들의 말을 좋게 듣는 것 같지가 않거든. 어린애들은 "할아버지! 지금까지 저희들이 할아버지께 드린 말씀은 절대 장난이 아닙니다. 저희들은 수수께끼 문제처럼 말을 꾸며서 드린 것 뿐 입니다. 한번 맞혀보셔요" 하는 거야.

마음이 조금 풀린 영감은 곰곰이 궁리를 한 끝에 답으로, 첫 번째 도둑놈들 모은데는 도둑놈 소굴이고, 두 번째 깨 밋기러 간 것은 남의 부잣집 빨래허러 간 것이라 답하고, 세 번재 문제는 6살 4살, 5살 3살 이것저것 다 주워섬기는데 이리저리해도 알아맞히지 못허니까 못허것다고 결국 맞추는 것을 포기했어.

아이들은 문제 하나도 못 맞추고 쩔쩔매는 영감이 적어 우스웠던지 깔깔깔 웃어대며 답을 가르쳐 주기를, 첫 번째 문제는 장꾼들이 서로 속이고 속임을 당하니 읍내의 장터에서 서는 시장이고 두 번째는 나락(벼)의 옷(껍질)을 벗겨내니 방아찧는 것이며 세 번째는 형은 7살이고 동생인 저는 5살입니다. 영감은 아이들 보고도 웃을 일이 생긴다더니 차례 모르는 어린이들에게서도 새로운 것을 배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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