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

꾀로 굶주림을 면한 며슴

천석꾼 부잣집에 기골이 장대한 '떡쇠'라는 젊은 머슴하나가 고용살이를 하고 있었는데, 주인영감과 마누라는 누구 할 것 없이 돈 한푼을 쓸려면 적어도 열 번 이상 생각해야 할 정도로 구두쇠였어. 그야말로 이마에 송곳을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사람들이었제. 그래서 머슴에게 먹을 것 주는 것조차 아까워 밥을 항상 절반의 양도 안차게 주는 것이야. 머슴에게 먹을 것을 충분히 주어야 머슴이 힘을 내서 일을 더 많이 할 것인데 그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지.

그런데다 뻔듯하면(걸핏하면) 밥조차 주기 싫어 끼니때에 간장 한 보세기(보시기)에 죽 한 그릇씩만 주기 일쑤여서 죽을 주는 날이면 크게 못마땅하여 "에이! 죽 한 그릇 먹고 워치게(어떻게) 힘든 일을 해" 하며 불만이 섞인 소리를 지르며 방문을 닫고 나가고는 하였어. 골목에 나가서는 "나는 죽 쑨 머슴이다" 하고 위고(외치고)다니니까, 아이들이 이 소리를 듣고는 으레껏 떡쇠가 지나가면 "헤이! 죽 쑨 머슴아!" 하고 놀려대거나 자기들끼리 "저기 저 죽 쑨 머슴 지나간다"며 수군대는 거야. 어른이 다된 사람을 놀려대니 화가 날 법도 하지만, '떡쇠'는 오히려 이러한 상황을 노리고 있었으며, 때로는 더욱 그렇게 하기를 바래기도 했제.

죽 쑨 머슴이라는 소리가 주인내외의 귀에까지 들어가니 세상에 부잣집에서 머슴에게 밥도 안주고 죽이나 준다고 남들이 욕할까 봐 할 수 없이 죽 대신 밥을 주게된거여. 더더구나 '죽 쑤었다'는 말이 어떤 일을 망쳤다는 뜻이니, 일을 망치는 머슴이라는 오명이 낙인찍힐 까봐 두려웠던 것이제. 그러나 주인의 천성이 그러한데 밥을 주게되었다고 하여 넉넉히 주는 것은 아니었어. 떡쇠는 밥을 주어 먹게는 되었으나 배고프기는 마찬가지였는데, 밥그릇의 겨우 절반 밖에 안 되는 한술 밥만 주었기 때문이야. 어찌나 밥이 많든지(?) 밥숟가락 놓고 뒤돌아서는 순간에 다시 배가고플 지경인 거야. 머슴 떡쇠는 다시 지난번의 꾀처럼 이번에는 "나는 밥 한 술 머슴이다"고 위고 다니니, 또 아이들이 "밥 한 술 머슴. 밥 한 술 머슴" 부르며 놀려댔어.

놀리는 소리를 들은 주인내외는 밥 한술 머슴이 '온 머슴'(제대로 한사람의 역할을 다 해내는 머슴)의 절반밖에 일을 못하는 '반쪽 머슴;이라는 소리로 들려 썩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으나 또 어쩔 수 없이 밥을 한 그릇 수북히 담아줄 수밖에 없었던 거지. 꾀가 많은 머슴은 인색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주인댁이었지만 주인의 심기를 크게 건드리지 않고도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어낸 것이여. 다 사람은 자기가 뜻하는 바를 스스로 노력해서 얻어내야지 옆에서 챙겨주는 것이 아니란 것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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