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

부대쌈을 보면 해 준 시할머니

옛날 외치재(함평군 월야에서 영광가는 길목의 고개)부근의 어떤 마을에 남자들은 다 죽고 시할머니와 손자며느리(孫婦) 이렇게 둘이만 사는 집이 있었다요.

그런데 손부는 시집온 지 이내(두해) 만에 지아비를 잃고 자식도 청상과부로 살아오는데 어찌나 자태가 곱든지 주변의 총각들은 물론이고 젊은 남자들도 추파를 던지며 은근히 얼굴이라도 한번 보았으면 하는 판국이었으니까. 나이 어린 손부는 친정집의 개가권유에도 아랑곳없이 연로한 시할머니를 봉양할 사람이 없자, 단연코 시댁에 붙어살겠다고 맹세하였고 설사 가더라도 시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나 생각해 볼 요량이었어요. 자기의 신상보다는 시할머니의 안위를 더 크게 생각한 것이지.

친정집에서 나서서 부대쌈하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려고 하였는지 벌써 마을 내에서는 몇월 며칠날 저녁에 마을의 젊은 과부 한사람을 데려가기로 했다네 하는 소문이 쫙 퍼져 있었어. 오늘날 같으면 부대쌈을 피해 도망이라도 칠 수 있겠지만, 당시 여자들의 바깥출입이 자유로지 못하던 시절에는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상례였은꼐.

거동이 편하지 못한 시할머니를 두고 떠나야 하는 손부도 마음이 좋지 않았고 시할머니 또한 손부가 없으면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처지여서 두 사람 모두 떨어지고 싶지 않는 마음이 꿀떡같았지. 날짜가 뿌득뿌득 다가와도 뾰족한 방안이 없어 고민에 휩쌓여 있었제. 시할머니가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자신이 예쁘게 치장하고 손부의 방에 누웠다가 보쌈꾼들에게 끌려가면 손부는 보호할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어.

드디어 그 날이 돌아오자 할머니는 잘 치장하고 얼굴에 분가지 바르고 누워 있으니까, 보쌈꾼들이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부대쌈을 해서 데려가는 것이여.

부대쌈꾼들은 걸음을 재촉하여 남자의 동네에 도착하여 집 앞에서 부대쌈을 해온 여인을 풀어놓는 거야. 그런데 젊고 예쁜 여자가 나와야할 텐데 왠 늙은 쭈구렁 할머니가 나오니까 남자주인은 보쌈꾼들에게 불호령을 내렸을 것 아니여. 당장 원래 집에다 아무 일없이 대려다 주도록 하여, 다시 그 집 마당에 내던지듯이 내려놓고는 냅다 달아나 버렸어. 할머니의 꾀로 이 들은 부대쌈을 모면하였고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같이 살다가 할머니의 사후 3년이 지나 새로운 배필을 얻고 영화를 누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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