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

박주부와 박처사

옛날에 박주부와 박처사라는 형제가 살고 있었는데, 형님은 양택과 음택을 찾아내는 지리학자 즉 지관풍수였고 동생은 동물의 울음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즉 지음(知音)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하루는 이들 형제가 명당처를 잡으러 길을 출발하여 깊은 산골의 고갯길에 접어드니 큰 까마귀 하나가 떡갈나무 위에서 깍깍거리고 울었습니다.

동물의 울음소리를 알아듣는 동생이 가만히 들어보니 임하륙(林下肉) 임하륙(林下肉) 하였습니다. 뜻인 즉 숲속 나무 밑에 고기라아무래도 뭐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라고 여긴 형제는 인근 숲을 뒤져보니, 과연 숲속의 널펀한 바위위에 소를 잡아서 불에 끄슬러서 구워놓은 큰 고깃덩이가 얹혀 있었습니다. 백정 소 도둑 놈이 소를 훔쳐서 고기를 팔려고 밤새도록 준비를 해놓았다가 날이 밝자 조심하느라고 다른 곳에 물러나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이들 형제들은 맛있게 그슬려 놓은 고기를 보니 군침이 돌아 한피짝(한쪽)의 뒷다리를 떼어다가 불고기로 해 먹었습니다.

그런데 소도둑의 신고를 받은 관가에서는 관원들에게 비상을 내리고 인근 고을에도 알려 소도둑 색출에 즉각 나섰습니다. 자동차가 없던 옛날에는 도둑이 소를 훔치면 천상 걸려서 끌고 가는 수밖에 없었고, 잘 걷지 못하는 늙거나 병든 소 또는 포위망이 삼엄할 때는 잡아서 몇 사람이 고깃덩이를 들쳐 메고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형제들이 불고기를 구워먹느라고 불을 피우니깐 연기가 났습니다.

관원들이 잃은 소를 찾아 나서는데 먼 곳의 산에서 연기가 나고 언뜻 의심스러운 기색이 들어 달려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죽은 소가 보이고 한쪽에서는 고기를 구워 먹기까지 하거든. 증거물까지 있는 상태에서 이들 형제는 영락없이 도둑으로 몰려 관가에까지 끌려와 고을원님 앞에서 문초(問招)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들 형제는 단지 까마귀가 임하륙 임하륙하길래 가서 보니, 고기가 있길래 먹은 죄밖에 없고 절대 소를 훔치지 않았다며 단지 죄가 있다면 짐승의 울음소리를 잘 알아듣는 죄 뿐이라고 눈물로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원님이 듣건대 이들 형제의 말이 언뜻 거짓은 아닌 것 같아서 정말로 짐승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시험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원님은 비밀리에 이방을 시켜 관아에 인접한 민가의 제비집에서 새끼 4마리를 모두 꺼내다 감추도록 해놓았습니다.

새끼를 잃은 어미제비는 빨래줄에 앉아 슬피 울부짖고 있는데, 이 순간 원님이 형제를 불러내어 그 동생에게 여보게 젊은이 저 위에 있는 제비가 뭐라고 하는고?” 하니, 동생은 골불요(骨不要) 육불요(肉不要) 모불요(毛不要)의 삼불요(三不要)니 내 자식이나 빨리 내놓으시오라고 말하고 있다고 답을 했습니다. (뼈와 살과 털이 갖추어진 내 자식이 있으니, 이러한 것들이 더 이상 필요없다는 뜻)

이들의 신통력에 감탄한 원님은 무릎을 탁 치며 과연 대단한 녀석들이로구나 당장 이들을 풀어주어라고 명하면서 놀라워하며 혼잣말로 중얼댔습니다. 그러자 이들 형제들도 짐짓 원님의 귀에까지 들리도록 조금 큰소리로 승부지자(僧父之子)라 말도 많다.’고 혼잣말을 하였습니다. 은근히 원님을 대놓고 모욕하려는 것이 괘씸하고 불순하기는 하였지만, 일단 방면(放免)을 명한터라 다시 혼내줄 수도 없었고 혹시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였습니다. 원님은 하루 종일 이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이런저런 생각을 거듭하다 퇴청한 후 석식을 마치고 나서 조용한 뒷방으로 늙은 모친을 불러 낮에 들은 이야기를 조곤조곤 말씀드렸나 봐요.

모친은 내가 이제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무엇을 더 이상 감추겠느냐? 사실은 내가 출가해 와서 몇 년이 지나도록 태기가 없어 절에 불공을 드리러 다녔다. 그래도 별 효험이 없었는데 아마 네 아버지가 애를 못 낳았던가봐. 결국에 어쩔 수 없이 스님하고 동품하여 네가 태어난 것이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이들 형제들에 의해 자신의 탄생비밀까지 알게 된 원님은 박주부 박처사형제들의 능력이 비범함을 알고 정사를 펴는데 많은 도움을 요청하였고, 이들 형제들도 어진 원님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능력을 한껏 펼쳐 보일 수 있었습니다. 원님과 형제들의 합심으로 이 고을이 주위의 고을들보다 크게 발달하였음은 물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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