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

홍수를 면하게 한 조상음덕

청옥동 신촌마을에는 마을 앞길을 따라 망월천 상류인 조그마한 개울이 흐르고 있습니다. 무등산 계곡에서 발원한 이곳 시냇물은 예전에는 수량이 꽤 많았으나, 광주시민들의 식수원인 제4수원지가 건립된 이후로는 겨우 바닥이 마르지 않을 정도록만 흐르고 있습니다. 4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신촌마을은 대대로 남평문씨가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오고 있으며 마을 뒤편에는 문씨제각과 균산정(均山亭)이 있습니다.

이 마을 문재근(文在根)옹의 증조부이자 균산정 건립의 주인공인 문인환 할아버지에 대해 전해져 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1900년대 초반 어느 해 여름에 장마가 극심하던 날의 일입니다. 당시에는 마을앞 개울이 지금보다 넓고 물이 많이 흐르고 있었는데, 이날따라 마치 하늘이 구멍이 나서 양동이로 퍼붓듯이 폭우가 내려 마을앞 개울이 붉덩물로 넘실대며 차츰 민가에까지 차올랐고 이러다가 종국에는 마을 전체가 떠내려가지 않을까 염려해야할 판국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홍수가 나게 된 것은 물론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이지만,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인근의 들판에 농사지을 물을 대기 위해 물막이둑 즉 보()를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날과 같이 수리관개시설이 충분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농사의 풍흉년이 오로지 충분한 봇물의 확보여부에 달려있었고, 그러다 보니 굵은 나무 말뚝을 촘촘히 박아 튼튼한 보를 설치하였던 것이었습니다.

허나 이렇게 마을민들의 농사편의를 위해 설치해둔 고마운 봇둑이 마을을 황폐화 시키는 장애물이 될 줄이야! 상황이 다급해진 문인환 옹은 마을 뒤편 남평문씨 제각에 제를 올리고 제발 마을에 큰 재앙이 없도록 조상님께 빌었습니다. 문인환 옹이 제를 마치고 큰물이 넘치는 봇둑근처에 걸어내려오니, 갑자기 개울 건너편 당산나무 옆에서 흰두루마기에 긴 수염을 기르고 있는 선대(先代) 할아버지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혼잣말로 ! 이거 큰일나겠구나 저 보를 무너뜨려야 우리 신촌마을이 살아날 수 있겠구나.’고 외쳐대며 지팡이로 보를 가리키니 일순간 보가 무너져 파도 같은 물줄기가 아래로 쏟아져 내려가면서 물바다가 될 뻔한 마을을 구해내었습니다. 이와 같은 기적적인 사실을 마을 사람들은 오랫동안 훌륭한 조상님들의 높은 음덕으로 가슴깊이 감사히 여겨왔으며 이후 거개가 문중원인 부락민들이 더욱 애친경장(愛親敬長)하며 상호부조(相互扶組)하는 모범 동족부락으로 가꿔오고 있습니다.

 

한편, 마을 위쪽의 개울 한가운데에는 호랑이 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서려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 어느 봄날 동네인근 사찰의 탁발승이 허름한 행색으로 마을에 들어와 시주를 강요하며 마을사람들에게 억지를 부리려고 하자 마을 사람들이 이 승려를 도둑으로 몰아 밧줄로 옭아매고 뭇매를 가하여 쫓아버렸습니다. 자기가 데리고 있는 중이 모욕을 당한 소식을 들은 사찰의 주지스님은 마을사람들을 괘씸히 여겨 주민들을 혼내줄 궁리를 하였습니다. 궁리 끝에 주지스님이 감쪽같이 평복으로 변장하고 마을로 들어와서는 이 마을은 호랑이 바우 때문에 극심한 흉년이 들고 전염병이 만연하여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자,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재앙을 막을 수 있는지 그 비방을 가르쳐 달라고 간청을 하였습니다. 변장한 스님은 산에 가서 생솔가지를 쳐다가 바위 주위에 빙둘러 쌓아놓고 불을 피워 바위를 두 쪽으로 쪼개내야 마을이 평온해진다고 일러주고는 홀연히 마을을 떠나버렸습니다.

마을민들은 이상한 떠돌이 남자(스님)가 시킨대로 산더미같은 나무를 차곡차곡 쟁여놓고 불을 지르니 어마어마한 불기둥 솟아오르며 뜨거운 열기로 바위가 둘로 갈라져버렸습니다. 바위가 깨진 후로 그 해부터 마을에는 가뭄이 들어 농작물이 말라죽고 전염병까지 창궐하여 마을이 황폐화될 조짐을 보였습니다. 뒤늦게야 마을재앙의 원인이 호랑이 바위를 건드렸기 때문인 것을 깨달은 주민들은 두동강이 난 바위를 돌로 괴어 원래 모양대로 맞댄 후 그 틈새를 회반죽으로 메꾸어 부착시키고 불에 그을린 자국을 말끔하게 닦아내니 재앙이 금새 사라지고 다시 풍년이 찾아왔습니다.

신촌마을 사람들은 호랑이 바위를 마을을 수호하는 신성한 상징물로 여겨 호랑이 바위에 어린이들이 돌을 던지지 못하게 하고 큰비가 내려서 바위에 흙탕물 자국이나 나뭇가지 등 이물질이 끼어있으면 수시로 정결하게 하여 지금까지 잘 보존해오고 있습니다.

top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