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

평생 걱정이 없는 사람

어느 고을에 한달수(韓達洙)라 하는 고래(古來)로부터 근심걱정이 하나도 없이 살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 있었는데 주변 뭇사람들의 한없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하도 그 소문이 자자하여 마침내 궁궐에 계신 임금님의 귀에까지 들리게 되자 천하의 지배자인 임금자신도 국사일을 보자면 허구헌 날 머리가 아프고 몇날며칠 잠을 설칠 때가 많은데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화상(사람)이길래 그렇게 살 수 있나 싶어 궁궐로 그 사람을 데려오도록 하였습니다. 임금의 부름을 받은 달수는 임금의 부름이지만 하나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이 느글느글한(느긋한) 마음으로 터벅 터벅 걸어서 닷새만에 궁궐에 도착하였습니다.

임금님을 만난 자리에서 국왕이 너는 대체 무슨 조화로 한 가지의 걱정도 없이 살수 있느냐고 물으니 달수는 !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저는 세상만물에 대하여 조그마한 욕심도 없습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 자연히 근심걱정이 저에게서 사라졌습니다. ”라고 짧게 답하였습니다. 국왕은 과연 너다운 훌륭한 답변 이라며 칭찬한 뒤 세상의 이치란 두꺼운 책 속에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고 소박한 민초들의 생각에서도 잘 드러난다며 달수의 답변에 흡족해 한 국왕은 주과(酒果)를 대접하고 나서 궁궐을 나설 때 보화덩이(금덩어리)를 하사하였습니다.

달수는 임금이 주신 보물을 소중히 간직하여 자기가 사는 고을 앞까지 무사히 도착 하였는데 마을 앞을 흐르는 강변으로 난 도로를 지나다가 주먹만한 그 보물보따리를 그만 강물 속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평생 걱정이 없다던 천하의 무사태평 한 달수에게 처음으로 걱정이 생기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아까운 금덩이를 잃어 상심이 크던 달수는 몸보신을 할 요량으로 며칠 후 고을의 닷새장날 잉어를 한 마리 사다가 고아먹기 위해 잉어의 배를 가르는데 뭉툭한 것이 나오길래 잘 살펴보니 나흘전 자기가 잃었던 황금덩이였습니다.

닷새도 안되어 걱정거리가 사라져버렸고 이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걱정이 없는 사람은 다르다니까’, ‘원래 걱정이 없는 사람은 하늘이 도와준다니까’, ‘걱정을 안 하니까 복이 따르는 것이여' 등등 다들 한마디씩 아끼지 않았습니다. 걱정은 많

이 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해서 없어져버리는 것도 아닌데, 다만 정도에 지나친 걱정이나 쓸데없는 걱정은 좋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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