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

동생을 내쫓은 형 설화

옛날에 어느 마을에 어머니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아들 형제만 살고있는 집이 있었습니다. 형제들은 연명을 해나가기 위해 방도를 세웠는데, 동생은 이웃집을 다니면서 먹을 것을 동냥해오면 형은 이것을 가지고 요리를 해서 같이 먹고 빨래건 집안살림이건 큰 일은 도맡아서 하기로 했습니다. 하루는 동생이 밥과 돈을 얻어오니 형은 그 돈으로 고기를 사서 볶아서 먹기로 하고 고기 한 뭉텅이를 사다가 맛있게 요리하여 먹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동생은 하도 없이 살다보니 그야말로 고기 맛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자기 형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흔히 허천났다고 하지 않은 것처럼 그렇게 고기만 순식간에 다 집어 먹어버리니, 형은 화가 단단히 나서 이 허천 아귀병 난 놈아! 세상에 니 입만 입이냐? 형도 한 점 먹어봐야 할 것 아니냐. 이 버릇없는 녀석아하면서 손가락으로 눈구녁(구멍)을 피가 나도록 쑤셔버리고 나서 네깐 놈은 필요 없다며 집 밖으로 쫓아내 버렸습니다. 밥을 먹다가 졸지에 내쫓김을 당한 동생은 울먹울먹하며, 정처도 없이 길을 따라서 한없이 가다가 날이 저무니 그 날 저녁을 보내려고 어느 산 기슭에 지붕있는 바위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이고 잠을 청하려는데 허연 콧수염을 기른 산신령할아버지가 30여보 전방에 나타나더니 혼자말로 이 건너 불빛이 보이는 동네의 가운뎃집의 처녀가 곧 죽게 되었다지. 어리석은 것들 몸채 집기둥 가운데에 100년 묵은 지네만 잡아내면 되는데하고는, 이어서 저 건네 불빛이 보이는 동네의 첫 번째 집 앞의 장구배미 논에는 금이 몽땅 들어있어하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아이는 산신령이 혼자 하는 말을 한마디도 흘리지 않고 쏘옥 귀에 담아 두었습니다.

아이는 무서움을 꾹 참고 하루저녁을 보낸 후 다음날 오전 거지 행색으로 그 산신령이 말하였던 집으로 찾아가 밥 한술만 주십시오.”하여 밥 한 그릇을 얻어먹고 있는데, 안방에서 큰애기(처자)의 신음소리가 나오고 주인어른은 딸아이 병환이 깊어 어떡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예전에 제가 어떤 어른에게서 비방을 하나 들었던 바, 효험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시도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주인어른은 귀가 번쩍 트여 나으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크게 손해될 것이 없으니 시험삼아 한번 해 보아라고 적극 찬동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짐짓 자신이 없다는 표정으로 불땀이 센 숯불을 피워 오도록 하는 한편 몸체 마루기둥에 얹혀진 2개의 대들보에 각각 소나무기둥을 떠받치고 마루기 둥 밑에 숯불을 피우며 기둥의 중둥을 톱으로 자르니, 그 안에서 100년 묵은 지네가 연기에 질식되어 나오길래 그 놈을 잡아죽이니 처자의 병이 씻은 듯이 싹 나아버렸습니다.

부잣집 주인은 너무 기쁜 나머지 훌훌 뛰면서 '원 세상에 이렇게 신통한 사람이 있는가.’ 온 동네방네 자랑을 하니 그 청년의 명성이 인근에 자자하였고 그 딸은 자기의 병을 낫게 해준 사람과 혼인하고 싶다고 하여 빈 몸으로 집을 나간 동생은 부잣집 딸을 아내로 얻기까지 한 것이었습니다.

그 청년과 딸을 결혼시켜 인자 제금(새살림을 차려줌. 분가의 의미)을 내주려고, 그 장인이 사위에게 어이. 자네에게 논 한 다랑이 사서 거기를 돋우어 새집을 지어주려고 하는데 어디가 좋겠는가물으니, 사위는 처갓집 바로 앞에 있는 장구배미가 지대가 높고 양지바른 곳이어서 집터로는 제격일 듯 싶습니다. 기왕에 사주신 다면 그 논을 사주십시오.” 하였습니다.

사실 장구배미는 집터로는 덜 좋았지만 땅 밑에 금덩어리가 가득 묻혀있다는 산신령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였습니다. 그 청년은 여기에 흙을 메워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행복한 생활을 꾸려나가며 아무도 몰래 마당 한피짝(한 귀퉁이)을 파보니 커다란 황금덩어리가 나와 벼락부자가 되었습니다. 큰부자가 된 동생은 이제 자기도 먹고 살만큼 되니까 자기를 심하게 구박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형 이 어떻게 밥이라도 먹고살고 있는지 적이 궁금하여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서 형이 살고있는 집을 찾아갔습니다. 동생은 형을 금방 알아보았으나 형은 많은 세월이 흐른데다 마음 한구석에 밥을 먹던 동생을 몰강스럽게(몰인정하게) 내쫓았던 부끄러운 과거 일이 떠올라 처음에는 잘 못 알아보았고 그 다음에는 짐짓 모른 체 했습니다.

나는 부모형제도 없고 홀홀단신 홀로 남아 늦으막에 아내하나 얻어 그작 저작 (그럭저럭) 살고 있소. 나는 당신과 같은 동생을 둔 적이 없소.” 하며 처음에는 형이 정색을 하고는 잡아떼었습니다. 그러자 동생은 형님! 그러시면 쓴다요. 저는 분명히 형님과 같이 밥을 먹다. 쫓겨난 그 동생입니다. 과거 일은 과거 일이고 소중한 핏줄의 정을 느끼고 싶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하니까 그제서야 형은 [시치미를 떼며] “! 그렇지. 이제야 생각이 나네. 내가 동생도 몰라봐서 미안하네. 그래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가.”하며 아는 척 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두 형제는 술상을 앞에 놓고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회포를 푼 거지. 형은 동생이 산신령의 예언으로 발복하여 부자가 된 사실을 알고 자기도 땅만 파먹고(농사만 짓고) 어렵게 사는 처지에서 단번에 신세 한번 고쳐보겠다는 염원으로 동생이 산신령을 뵈었다는 그 바위 밑으로 가서 쪼그리고 앉아 이제나저제나 하며 큰 복을 내려줄 산신령을 기다리고 있는데, 산신령은 커녕 집채 만한 호랑이가 나타나 형을 덜컹 물고 가버린 거야. 착한 사람에게는 하늘이 복을 내리고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은 다 하늘에서 천벌을 내린다는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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