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

바보같은 신랑 설화

옛날 광주 북쪽고을의 어느 마을에 바보 칠푼이 같은 조금 모자라는 밤쇠'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요즈음 같으면 장가가기가 힘들었지만 글히도(그래도) 전에는 남자가 대우받는 세상이어서인지 여염집 처녀한테로 장가를 들었던 것이었습니다. 옛날에는 다들 나이가 어려서 혼례식을 올렸기 때문에 혼인을 하고 나면 신부가 곧바로 시댁에 가서 시댁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적게는 서너달 길게는 일 년 정도 심지어는 이 년 이상까지도 신부가 친정집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신부 믹히기(신부 묵히기) 풍습이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신부가 친정에 있으니까 신랑이 처갓집에 한 달에 한번 꼴로 재주로(자주) 다녀오고는 했습니다. 이 밤쇠라는 바보청년은 처갓집을 한 번 가고 두 번 가고 세 번차까지 갔다 와도 맨날 잊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처갓집 동네이름이 희한하게도 염통' 이라는 곳이었는데, 바보신랑은 도랑만 한번 건너도 잊어먹고 힘든 고개를 한번 넘어도 잊어먹어 한참 가다가 생각이 잘 안 나면 오던 길을 되짚어 가서 물어보기 일쑤였습니다. 음력 '오월 어느 날 바보신랑은 처갓집에 다녀오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그 날은 잔뜩 긴장을 하여 동네이름을 절대 잊지 않으려고 잔뜩 긴장을 하여 가고 있는데 초반에는 어떻게 잘 넘어갔으나 노정의 절반쯤을 지나서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도랑을 뛰어 넘는 순간 지금까지 그렇게 어렵게 기억해 온 '염통'이라는 말을 잊어버렸습니다. “ '대통아닌데 '배통이것도 아닌데이것 저것 주워섬겨 봐도 도무지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힘들여서 절반 이상이나 와버린 길을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지요.

바보가 한 가지 꾀를 생각한 것이 물속에서 뛰어 노는 어미개구리한테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개굴아! 여기서 시오리쯤 가면 나오는 동네이름이 뭐대(무엇이대)” 하니 . 아마 꽥꽥이라는 동네일거야. 분명하다구개구리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바보신랑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이름이 아니었어.'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맞은편에서 지나오는 늙은 영감을 만나 개구리와 똑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영감은 안됐다는 표정으로 원 세상에 자기의 처갓집 동네도 모르는 한심한 사람도 있느냐고 책망하며, 대뜸 에이! 염통 빠진 사람 같으니라고라고 쏘아붙였습니다. 바보신랑은 비록 힐책은 받았지만 귀에 익은 소리가 들리자 그래 맞아 염통이라는 마을이었지. 내 머리도 보통 수준밖에는 안 되나봐. 왜 이제야 생각이 나는 거야" 자책을 하면서도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지면서 단숨에 처갓집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처갓집에 들어선 즉시 마느래(마누라)를 찾아보니 마느래는 없고 자기 쟁인(文人)어른이 볏짚으로 용마름을 엮어 초가지붕을 잇고 있으니 이 바보사위가 고생허신다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쟁인은 인사를 받고 곧 일이 끝나니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해도 사위는 막무가내로 지붕위로 올라가 힘써서 엮어놓은 새이엉을 망가뜨리고 내려 왔습니다.

사위의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장모님이 안보이니까 장모님 저 왔습니다. 어디에 계신가요.” 크게 외치고 다니니 그때 마침 뒷간에 들어가 있다 장모는 적이 난감하였지만 여보게! 왔능가. 나 뒷간에 있으니 잠깐만 기다려 주소하며 대답하였습니다.

이 막무가내 사위는 웃어른에게는 도착 즉시 지체 없이 인사드리는 것이 예의가 아니겠느냐며 벌떡 뒷간 문을 열고 들어가 장모님께 큰절을 올렸습니다. 장인 장모 모두 뵈었으니 그러니까 이제는 마누라 볼 일만 남아있지요. 장모님께 마누라 행방을 물으니 마누라가 방안에 자고 있다고 하여 안방에 들어가 보니 이불을 뒤집어쓰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습니다. 마침 방 한쪽에는 언제 쑨 죽인지는 몰라도 식어있는 죽 한 종지가 놓여 있길래 바보신랑은 어여쁜 신부에게

죽을 멕이고(먹이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바보신랑은 귀동냥으로 음양의 이치에 대해 어렴풋이 들은 바로는 여자들은 입이 두 개나 있어 아무데로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신랑은 혹여 잠이 깰까봐 조심스레 이불을 들춰낸 후 마누라의 치마를 걷어올리고 아랫도리에 죽을 떠넣고 있는데, 잠결에 마누라가 피식 방귀를 뀌자 그 신랑이 하는 말이 글씨(글쎄) “여보, 마누라! 엊저녁에 쑨 죽이니 불지 말고 묵소하였다지요. 옛날에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길혼(결혼)하는 시대니까 나올 법도 하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우습지도 않는 우스운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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