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

아들을 버린 효부 설화

아주 오랜 옛날에 구십살이 넘은 할머니 하나가 살고 있었는데 상당히 노망기가 있었습니다. 요즘말로 하면 일종의 치매증상 이었는데 예전에는 못 먹고 사는 세상인데 늙으면 유난히 고기가 당겨서 세상에 자기 손자인지도 모르고 애기를 솥 안에 넣어서 삶아 놓고는 며느리에게 솥 안에 통닭 한 마리 삶아 놓았으니 건져내어 깨소금 종지를 딸려서 방안으로 가져오도록 하였습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고기를 삶아 놨다길래 별로 신빙성은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궁금하여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르셨을까 하며 뚜껑을 열어 보았습니다

아뿔사!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섬짓하고 적이 당황하기는 하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아닙니까? 원망해봤자 죽은 자식이 살아날 수도 없는 일이니까 며느리는 자식을 잃은 복받쳐 오르는 설움을 마음 속으로만 삭혀내면서 눈물 속에서 죽은 자식을 고이 꺼내다가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며 무지한 할머니 탓이니 너무 한탄 말고 좋은 곳으로 가도록 기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며느리는 슬픔도 잠시 시어머니가 얼마나 고기를 먹고 싶었으면 이랬으랴 싶어 즉시 이웃집에 가서 큼지막한 통닭 한 마리를 사다가 정성스레 고아서 갖다 드렸습니다. 시어머니는 속도 모르고 아까 진즉 내가 통닭을 삶아두었는데 뭘 꾸물거리며 이제야 갖다주냐며, 그렇기는 했어도 잘 고아져서 참으로 맛있게 먹기는 하였습니다. 귀염둥이 외아들을 잃은 며느리는 날이 어둑해지자 허전한 마음으로 우두커니 앉아 아들생각에 눈가에 소리 없는 눈물만 주르르 흘러내릴 뿐이었습니다.

눈에 지그시 감고 이 생각 저 생각 온갖 상념에 사로잡혀 마음이 심란해져 있던 차에 갑자기 싸리대문이 삐그덕 열리면서 네 살 쟁이 어린 아들이 집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며느리는 필시 꿈을 꾸고 있는 것만으로 생각되어졌으나 분명 자기 아들이었습니다. 네 살 쟁이는 '엄마 나 왔어요. 친구들이랑 놀다보니 조금 늦었어요. 걱정하셨지요.'하며 들어왔습니다. 아이 엄마는 그제서야 꿈이 아닌 것을 알고 맨발로 마당으로 뛰어내려가 뜨거운 모자간의 재회를 하였습니다. 동네사람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라 하늘이 감동하여 죽은 자식을 살려내어 도로 보내준 것이라고들 칭송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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