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

김덕령(金德齡)의 태몽 설화

충효리 마을에는 광산김씨들이 자자 일촌을 이루며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벼슬이 찬성에 오른 이도, 목사를 지낸 이도 모두 이 부락에 자랐는데 이야기는 15663월 어느 봄날 이었습니다.

이 마을 김붕선씨 집에서 부인 남평 반씨가 실꾸리를 감으면서 길쌈하는 아낙네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골짜기를 스쳐오는 맑은 바람에 취해 스스로 잠이 들었는데 꿈에 큰 범이 느닷없이 반씨의 품속에 들어와 안겼습니다.

부인은 조금도 두려움 없는 얼굴로 범의 등을 쓰담드어 주었고 범은 물지도 않고 고양이처럼 다소곳했다고 했습니다. 부인은 눈을 크게 뜨고 생각해 보며참으로 이상한 꿈이로다.” 라고 했습니다.

그때 마침 중문이 열리면서 남편이 돌아왔어요. 밖에서는 남편의 헛기침 소리가 두어 번 뜨락을 울리더니 여느 때 같으면 사랑으로 들어가야 할 남편이 안방문을 열었습니다.

왠 일이셔요, 오늘은?”

부인이야 말로 왜 그렇게 놀라요?”

실은 조금 전에 호랑이 꿈을 꾸었어요.”

하고 꿈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 이 집안에 장군 나겠구먼!” 라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자, 반씨 부인은 하품을 쏟게 되고 몸이 피로해진데다가 입맛조차 시원치 않았습니다. 몇 달 전의 호랑이 꿈이 태몽이었음을 깨달은 반씨 부인은 몸을 정결히 하고 음식도 가리는 한편 예의범절에 마음을 쏟았습니다.

15761229일 반씨 부인은 드디어 아이를 낳았는데 이때 닭이 회를 치면서 새벽을 알렸고 산파가 더운 물로 아이를 씻어 산모 곁에 뉘어 놓이면서 사내아이라고 귀뜸 해 주었습니다. 이윽고 전갈을 하기 위해 하인들이 횃불을 밝혀 들었고 그들은 사랑체로 가다가 호랑이 두 마리가 뜨락에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고 질겁을 하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더욱 괴이한 것은 이들 두 호랑이가 어슬렁어슬렁 뒷산으로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본 붕선 어른은

산신령이 내 집에 살고 있는 것을 아시고 무사한지 지켜보도록 호랑이를 보내신게 틀림없소.”

하고 말하였고 두 호랑이는 개, 돼지 따위 가축 한 마리 해치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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